ART 그리스도와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 () (Christ and The Samaritan Woman) 안니발레 카라치(Annibale Carracci, 1560~1609)
[월간 꿈CUM] 그리는 꿈CUM _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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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니발레 카라치, 그리스도와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 캔버스에 유채, 170×225cm, 1594~1595년, 브레라 미술관, 이탈리아 밀라노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4,13-14)
이 한 마디가 여인의 마음에 파도를 일으켰다. 여인이 예수에게 말하였다.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이리 나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요한 4,15)
조건부 요청이다. 여인의 요청은 물 긷는 수고를 피하려는 욕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 말에는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갈망과 동시에 교묘하게 섞여 있는 자기애를 드러낸다. 여인은 아직도 세상의 방법으로 생명수를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예수는 세속에 대한 욕심의 끈을 놓지 않는 여인을 잔잔한 미소로 바라본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가서 네 남편을 불러 이리 함께 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 여자가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 한 것은 맞는 말이다. 너는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지만 지금 함께 사는 남자도 남편이 아니니, 너는 바른 대로 말하였다.”(요한 4,16-18)
예수는 여인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구세주를 만나는 엄청난 행운을 얻은 우물가의 여인은 이제 발가벗겨졌다. 그래서 여인이 말한다. “저는 그리스도라고도 하는 메시아께서 오신다는 것을 압니다. 그분께서 오시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려 주시겠지요.” (요한 4,25) 그러자 예수가 결정적인 말을 한다. “너와 말하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요한 4,26)
여인이 이 말에 큰 충격을 받는다. 예수는 그녀의 마음속에 회개와 겸손의 자세가 생겨나도록 한다. 예수는 여인을 내적으로 고무해 삶에 대해서 편안함을 느끼도록 해주셨다. 그리고 거룩한 방법으로 당신의 경이로운 현존, 은총으로 가득한 말씀, 그녀를 당신께로 이끄시는 친절함과 사랑을 통해 그녀를 매료시켰다. 예수는 이렇게 수많은 사람 중 엉망진창의 삶을 살아온 한 여인을 선택해 당신의 장엄한 가르침을 직접 받도록 해주었다.
자! 이제 여인은 뭔가 느꼈다. 이후 여인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마을로 급히 달려갔다. 가지고 왔던 물동이는 버려둔 채.
여자는 물동이를 버려두고 고을로 가서 사람들에게 말하였다.(요한 4,28)
여인은 물동이를 ‘버려두고’ 마을로 간다. 여인은 예수에게 물을 주는 것을 잊었다. 하느님을 체험하면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소리쳐 알리게 된다. 바로 이것이 우물가의 여인에게 일어난 일이다. 여인은 이 놀라운 일을, 자신이 겪은 일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서둘러 돌아갔다. 물동이를 버린 것은 자신이 경험한, 나아가 사람들을 예수께로 데려오도록 해야 할 부르심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기꺼이 버린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런데 마을로 돌아간 여인은 난관에 부딪힌다. 흥분한 여인은 언어의 한계를 체험한다. 예수님과의 심오한 만남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와서 보십시오.”(요한 4,29)
마을 사람들은 여인의 태도에서 분명히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여인의 변화는 여인의 눈길에서, 목소리에서, 환하게 빛나는 얼굴에서 그대로 드러났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여인은 또 한마디를 덧붙인다.
“그분이 그리스도가 아니실까요?”(요한 4,29)
여인의 상기된 목소리, 그리고 여인이 멋들어지게 만든 ‘그리스도 아닐까요?’라는 의문은 완벽한 호응을 이끌어 낸다. 마을 언저리 우물로 찾아든 나그네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가.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예수에게로 몰려갔다.
“그들이 고을에서 나와 예수님께 모여 왔다.”(요한 4,30)
예수는 이제 행복하다. 배고픔도 잊었다.
제자들이 먹을 것을 구해 돌아와 음식을 먹으라고 하자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는 너희가 모르는 먹을 양식이 있다.”(요한 4,32)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요한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