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 바오로 수도회는 서울 강북구 미아리에 본원이 있고 전국적으로 분원이 있다. 미아리 본원을 비롯하여 수원 분원, 대구 분원, 부산 분원, 제주 분원, 논현동 분원이 있다. 그중에 수원 분원은 산속에 있고 부지도 넓어서 가장 전원적인 분위기의 공동체다.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의 수원 분원은 수원가톨릭대학교 인근 태봉산 자락 시골에 위치하고 있다.
수원에 분원이 새로 생겼을 때의 일이다.
초대 수원 분원 원장 신부님은 수도원 근처가 시골 마을이다 보니 동네 사람들에게 인사도 할 겸 돼지 한 마리를 잡아 동네 이장님을 비롯하여 어르신들에게 잔치를 베풀자고 하셨다. 마침 마을에 돼지 키우시는 분이 계셔서 기왕이면 마을 사람 돼지를 팔아줄 겸 값을 치를 테니 돼지를 한 마리 잡아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며칠 뒤 정해진 잔칫날 아침 일찍 돼지 키우는 아저씨가 트럭에 큰 돼지 한 마리를 싣고 오셨다.
그런데 아저씨 혼자 돼지를 잡기엔 힘이 드니까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시단다. 나는 어릴 때 시골에서 아저씨들이 닭이나 염소를 잡을 때 도와준 적은 있어도, 돼지를 잡는 것은 처음이라 좀 무섭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기꺼이 아저씨를 도와 돼지를 잡았다.
아저씨가 나를 놀리시느라고 그랬는지 큰 망치를 나에게 쥐여주며 돼지를 죽이라고 하신다. 내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자 아저씨는 키득키득 웃으시면서 망치를 도로 가져가시더니 그야말로 순식간에, 한 방에 돼지를 저승으로 보내신다.
벌벌 떨며 서 있는 나에게 아저씨는 무슨 특공대 군인이 졸병에게 명령하듯 뜨거운 물 받아오라, 털 뽑아라, 정신없이 일을 시키신다. 아저씨는 돼지 내장을 하나하나 자세히 보여주며 각 부위의 명칭과 기능을 가르쳐주신다. 완전 해부학 의사 같았다.
아저씨가 돼지나 사람이나 그 속은 다 똑같다며 열심히 설명해주시는데, 원장 신부님이 나와서 “그러고 보니 아저씨랑 돼지랑 정말 똑같이 생겼네요” 하며 웃으신다. 아저씨는 손에 칼을 든 채 “아니, 돼지나 사람이나 그 내장이 다 똑같다는 말이지 내가 무슨 이 돼지랑 똑같이 생겼어요?” 하며 화를 내시는데. 나는 또 옆에서 벌벌 떨었다.
신부님, 그 아저씨 화나게 하지 마세요. 칼 들었어요.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1991년 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 1999년 서울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선교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사제서품 후 유학, 2004년 뉴욕대학교 홍보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성 바오로 수도회 홍보팀 팀장, 성 바오로 수도회 관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신부생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