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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여 개 언어로 된 성경 수집한 언어학자 김동소 교수

"인류의 소중한 문학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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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시절부터 40년 가까이 800여 개 언어로 된 성경을 수집해온 김동소 교수가 성경을 펼쳐 보이고 있다.
 


 "성경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문학작품입니다. 지난 2000년간 성경의 일부라도 번역된 언어 수는 2400여 개가 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돼 가장 많이 읽혀온 책이지요."

 비교 언어학자 김동소(야고보, 67, 전 대구가톨릭대 국어국문학) 교수가 집안 곳곳에 성경으로 가득 찬 책장을 조심스럽게 열어 보인다.

재산 목록 1호 `성경`


 제주 방언 성경부터 독일어 방언 성경, 히브리어로 쓰여진 아라비아어 성경, 일본어 방언 성경, 인도 남쪽의 말라야람어 성경 등 각양각색의 문자로 쓰여진 성경이 무려 870여 권이나 꽂혀 있다. 이 중에는 1850년 러시아에서 발간한 몽골어 성경, 18세기 중국 청나라에서 번역된 만주어 성경 등 값을 매길 수 없는 희귀본 성경도 있다. 그야말로 성경 박물관이다.

 "세계의 언어와 문자 자료를 가장 효율적으로 모으는 방법은 각국어 성경을 모으는 것임을 깨달았고, 그래서 세계 언어로 번역된 성경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40년 가까이 각국어 성경을 수집해온 그는 경북대 사범대 재학 시절 우리말 성경을 읽다 다른 언어로 번역된 성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영어를 시작으로 라틴ㆍ그리스ㆍ일본ㆍ독일ㆍ중국어 성경을 구입했다. 대학원에 입학해 비교언어학을 공부한 그는 연구자료로 성경만 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이다.

 그는 해외여행을 가면 먼저 그 나라에서 출판된 성경을 구하러 다녔다. 헌책방은 물론 외국인 신부를 통해서도 성경을 수집했다. 1980년대 인도 뉴델리의 한 대학으로 파견 근무를 갔을 당시, 인도 성서공회에서 성경을 자동차 한 대에 가득 싣고 왔던 기억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성경을 어렵게 구할 때마다 기쁨과 환희를 느낍니다. 성경을 찾아 떠나는 세계 일주까지 계획했었어요. 하하."

 그가 소장하고 있는 870여 개 성경 중 500여 개는 로마문자로 쓰여져 있다. 1851년 출간된 네덜란드어 성경에는 교리 문답도 실려 있다. 전 세계 민족의 얼과 관습,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대구 방언 성경 펴내고 싶어


 그가 희귀본으로 소장하고 있는 만주어 성경은 1982년 일본 훗카이도 대학에서 연구 교수로 머물 때 마이크로필름으로 구해온 성경 원고다.

 김 교수는 이 만주어 성경을 연구하면서, 이 성경 원고가 프랑스 출신의 루이 드 푸와로(Louis de Poirot, 1735~1813) 신부의 번역임을 논문으로 밝혀냈다. 18세기 중국 청나라에서 선교활동을 한 푸와로 신부가 청나라 당시 공용어였던 만주어로 성경을 번역했지만 출판되지 못했다.

 지난 2008년 퇴임한 후 경북대에 연구실을 얻어 만주어 성경 역주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그는 "역주가 완성되면 30여 권 분량의 책이 될 듯하지만, 죽기 전에 다 끝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웃었다. 그러나 그는 "그래도 살아있는 한 계속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분도출판사에서 편집과 번역 일을 한 적도 있는 김 교수는 요즘 매주 대구 남산동 가톨릭대 신학원 강의실에서 성서학자 신부와 신학생 및 평신도와 함께 그리스어 신약성경과 히브리어 구약성경, 라틴어 성경을 읽고 있다.

 수집한 성경들을 재산 목록 1호로 삼고 있는 김 교수는 "수집한 성경 자료를 바탕으로 「각국어 성경으로 보는 세계의 문자와 언어」라는 대중적인 책도 집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방언학자와 함께 대구 방언으로 된 성경도 편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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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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