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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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여가 건강한 신앙] 제주 올레길

검은 바위와 쪽빛 바다... 걸으며 자연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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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베네딕토 로드.
포말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산책길이다.
 


 걸음은 가진 것을 잠시 놓으라 한다. 걸음은 우리를 일상에 매놓는 잡념과 걱정, 일, 시간 쫓김 같은 끈을 잠시나마 풀 수 있게 해준다. 그냥 걸을 뿐인데, 다리는 무거워져도 마음은 점점 가벼워진다. 태초에 하느님이 지으신 자연에 다가가기 때문일까.
 
 천주교 창조보전연대(대표 황상근 신부)가 9~12일 제주도 일대에서 개최한 새해 연수에 동행했다. 연수는 제주 `베네딕토 로드`(9일)와 올레길 6코스(10일), 그리고 7코스 일부(11일)를 무작정 걷는 일정이다. 하루에도 12번씩 변한다는 변덕스런 제주 날씨처럼 제주도의 겨울은 여러 계절의 모습을 한데 모은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채로웠다.

 걷고 또 걸으며 마음에 쌓인 짐들을 자연스럽게 자연 앞에 내어 맡겼다. `너희는 자연을 맛보고 눈여겨보아라. 주님이 지으신 자연이 얼마나 좋은지!`(시편 34장 참조)
 

 
▲ 납읍 난대림지대에서 800살 된 아름드리 후박나무를 바라보는 사랑의 씨튼수녀회 최미화 수녀.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깨닫는다.
 


#납읍 난대림지대와 베네딕토 로드
 제주도에도 칼바람이 불었다. 최저 기온이 영하 1도에 그치는 착한(?) 날씨였지만 순전히 바람 때문에 영하 10도처럼 느껴졌다. "제주도가 추워 봤자 얼마나 춥겠어"하고 두꺼운 점퍼를 두고 왔더라면 감기몸살에 걸릴 뻔했다.
 
 베네딕토 로드를 걷기 전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금산에 잠시 들렀다. 850여 년 전 납읍리 사람들이 마을의 돌을 전부 모아 만들었다는 인공산 금산 일대에는 `납읍 난대림지대`(천연기념물 제375호)가 조성돼 있다. 아름드리 생달나무와 종가시나무가 자금우, 마삭줄, 협죽도 등과 어울린 모양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이곳 나무들은 거의 칡덩굴 같은 기생식물과 이웃처럼 자라고 있다. 큰 나무만이 아니라 작은 나무와 풀도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죽은 나무엔 목이버섯과 상황버섯 등이 피어났다.
 
 후박나무 한 그루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밑동부터 큰 바위가 나무 생장을 가로막아 두 갈래로 자란 심상찮은 모양새다. 바위가 있으면 피하고 없으면 다시 붙어 자라는 모습이 물 흐르듯 살면서 항상 감사하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애월리 한담마을에서 곽지해수욕장까지 1.3㎞ 남짓한 구간이 `베네딕토 로드`라 불리는 해안 산책길이다. 성 베네딕토는 유럽의 수호성인이다. 제주도는 유럽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성인 이름을 붙였다.
 
 해안과 가장 가까이서 걸을 수 있는 이 길은 파도가 높으면 통제되기 일쑤다. 창조보전연대 회원들이 방문한 9일에는 바람은 강했지만 파도는 얌전해 무사히 걸을 수 있었다. 일행은 길을 걷는 내내 묵주를 손에서 내려놓지 못했다.
 
 `하느님과 자연 앞에서 인간은 모래알 같은 미물입니다. 더 작고 소박하게 하느님 뜻에 따라 살아야겠지요….`
 

 
▲ 올레길 6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소정방폭포.
소정방폭포 옆에는 올레 사무국이 있어서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다.
 


#쇠소깍에서 외돌개까지(6코스)

 연수 내내 좋은 날씨가 일행을 반겼다. 숙소가 있는 제주도 북쪽 제주시에는 눈발이 날렸지만, 올레길 6코스가 있는 남쪽 서귀포시는 봄날씨처럼 따뜻했다. 6코스는 쇠소깍에서 외돌개까지 14.4㎞의 평탄한 길.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쇠소깍에 들어서자 눈에 덮인 한라산 정상이 펼쳐진 풍경이 장관이다. 한라산 정상 날씨가 1년에 불과 몇 달만 화창하다는 말에 일행은 출발하는 것도 잊은 채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오~ 아름다워라♪ 저 하늘의 별들, 형님인 태양과 누님인 달은. 오 아름다워라, 어머니신 땅과 과일과 꽃들 바람과 불, 갖가지 생명 적시는 물결, 이 모든 신비가 주 찬미 찬미로 사랑의 내 주님을 노래 부른다~♬"
 
 새들에게도 하느님을 찬양하라고 말했다는 성 프란치스코의 `태양의 찬가`가 올레길에 울려 펴졌다. 창조보전연대 회원들답다. 갑갑한 도시를 떠난 것도 축복인데, 제주 올레길에서 만난 자연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은 게 분명해 보였다. 게다가 날씨도 좋으니 노래가 어찌 안 나오랴. 소정방폭포 가는 길 돌담 사이 핀 붉은 동백꽃이 노래를 듣고 활짝 웃는 것 같았다.
 
 폭포를 지나 얼마쯤 걸었을까.



가톨릭평화신문  201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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