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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제1회 구상한강예술제가 열리다

강을 사랑한 구상의 작품/ 노래와 만나 날개를 달다/ 무용·동서양 음악·시낭송 등 다채롭게 진행/ 문화예술인·일반 시민들의 소통·화합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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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폴의 강Ⅱ(1978년 작)

산들이 검은 장삼(長衫)을 걸치고

다가앉는다.

기도소(祈禱所)의 침묵이 흐른다.

초록의 강물결이

능금빛으로 물들었다가

금은(金銀)으로 수를 놓다가

설원(雪原)이 되었다가

이 또한 검은 망사(網紗)를 쓴다.

강 건너 마을은

제단(祭壇)같이

향연(香煙)이 피어오르고

나루터에서

호롱을 현 조각배를 타고

외론 영혼이 저어나간다.
 

 
▲ 장사익 씨 공연. (제목 : 구상예술제)
 
 
구상(세례자 요한, 1919∼2004) 시인은 ‘강’을 사랑했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강 옆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생활하며 강과 함께했다. 그가 쓴 시 중 강을 주제로 한 시들이 유독 많은 이유도 그런 마음에서 비롯됐다.

구상선생기념사업회 구중서(베네딕토) 회장은 “소년 시절부터 강을 좋아한 구상 시인의 여의도 집에 ‘관수재’(물을 바라보는 집)라는 당호가 걸려 있다”며 “강의 시인이자 물의 철학자인 그는 영등포 여의도 한강변에 영원히 살아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강을 사랑한 시인 구상의 작품이 노래와 만나 날개를 달았다. 지난달 21일 오후 7시 영등포 아트홀에서 ‘영원 속의 오늘’을 주제로 제1회 구상한강예술제가 열렸다. 평일 저녁에 마련된 행사지만 500여 석이 거의 채워졌다. 모두 구상 시인과 작품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찾아왔다.

영등포구 후원으로 (사)구상선생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예술제는 무용과 동서양의 음악, 퍼포먼스, 시 낭송 등 다채로운 공연으로 이뤄졌다. 생전에 다양한 예술인들과 교분을 나누며 영감을 주고받았던 구상 시인의 뜻을 무대 위에서 펼쳐낸 것.

첫 무대는 김문정의 입춤으로 시작됐다. 이와 함께 봉문 스님의 서예 퍼포먼스와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의 연주까지 곁들여져 관람객들의 눈과 귀, 마음을 사로잡았다. 봉문 스님이 힘차게 혹은 부드럽게 한 글자, 한 글자를 종이 위에 그려낼 때마다 구상 시인의 작품이 살아 움직이듯 생명력을 얻었다.

이어 방송작가 방귀희, 시인 김형태, 시인이자 소설가 김정묘가 각각의 음색과 감정으로 ‘오늘’ ‘그리스도폴의 강Ⅱ’ ‘꽃자리’를 낭송해, 듣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예술제 총감독을 맡은 주세페김이 구상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든 ‘한 알의 사과 속에는’ ‘강에는’ 등 2곡을 다문화가정 어린이들로 구성된 뉴드림 합창단이 초연하였고, 시를 노래하는 가수 이동원과 팝페라 부부듀오 아임(주세페김, 김구미), 가야금 명인 지성자와 김귀자 모녀가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줬다.

예술제의 하이라이트는 꿈꾸는 리얼리스트 장사익의 무대였다. 장사익은 제1회 구상문학상 수상자 김형영(스테파노)의 시 ‘꽃구경’과 시인 김용택의 ‘이게 아닌데’ 등을 불러 예술제 분위기를 한층 달궜다.

구상 시인의 딸 구자명(임마쿨라타) 씨는 “아버지는 늘 강 가까이서 생활하며 강의 생리와 성질을 닮고자 하신 명실공히 강의 시인”이라며 “제1회 구상한강예술제를 열게 돼 유족으로서 기쁨이 각별하며, 이 아름다운 행사에서 흘러나온 빛과 소리가 많은 이들에게 의미 있는 파장으로 스며들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매년 구상문학상을 시상하고 구상한강백일장을 열어 시인을 기리고 있는 구상선생기념사업회는 ‘구상한강예술제’를 서울, 경기 및 기타 지역으로 확대시켜, 문화예술인과 일반 시민들이 만나 ‘홀로와 더불어’를 깨닫는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 만들 계획을 밝혔다.


 
▲ 봉문 스님 서예퍼포먼스.
 



가톨릭신문  201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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