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라 쌍타(Terra Sancta)’ 라틴어로 ‘성스러운 땅’, ‘성지(聖地)’를 뜻한다. 성지 중의 성지는 단연 예수님이 이 땅에 와 계시는 동안 당신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며 그 다음을 꼽는다면 박해를 받거나 순교를 당하기까지 스승 예수님의 가르침과 복음을 전한 제자들의 흔적이 배어 있는 곳이다. 우리는 베드로와 바오로를 예수의 가장 큰 제자로 여긴다.
가톨릭신문사가 주최하는 제4차 ‘정통 크루즈 성지순례’는 10월 7일부터 18일까지 11박12일에 걸쳐 터키, 이스라엘, 그리스 3개국을 순례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예수님과 베드로를, 터키와 그리스에는 바오로와 예수님의 십자가상 말씀에 따라 성모 마리아를 끝까지 모신 사도 요한을 만날 수 있었다.
‘하느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그분께 예배를 드리는 이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요한 4, 24) 성지순례를 하며 가장 먼저, 가장 자주 떠올랐던 성경구절이다. 순례 기간 동안 찾았던 모든 곳은 성경의 ‘현장’이어서였을까. 성경을 넘기며 읽었던 혹은 미사 강론을 통해 들었던 예수님과 사도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고 움직이는 듯이 느껴졌다. ‘영과 진리 안에서의 예배’는 예수님과 ‘동행’하며 드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순례 첫날 찾은 곳은 터키 이스탄불이었다. 순례객들은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11시간30분의 비행 끝에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2800년의 역사를 지닌다는 곳으로 아테네, 로마와 함께 세계 최고(最古)의 도시다. 이스탄불로 불리기 전에는 콘스탄티노플(330~1453년), 그 이전에는 비잔티움이라고 했다. 도시 이름에서 풍기듯이 이스탄불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문화가 공존하며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전 세계 순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다.
시차적응이 덜 된 순례객들은 순례 첫 날인 10월 8일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의해 지붕이 있는 건축물 중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선정된 성 소피아대성당을 찾았다. 문화적으로는 비잔틴 예술의 극치이며 교회사적으로는 553년 제2차 콘스탄티노플공의회가 개최된 기념비적인 장소다. 성 소피아대성당과 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은 지 400년 된 이슬람 사원의 대표작 ‘블루 모스크’가 마주보고 서 있다. 블루 모스크와 성 소피아대성당은 언뜻 보기에 외형이 비슷하다. 블루 모스크를 처음 보는 순례객들은 성 소피아대성당으로 착각하곤 한다.
‘미나렛’이라 불리는 가늘고 높다란 첨탑과 중앙의 둥근 지붕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미나렛은 이슬람교도(무슬림)들에게 기도시간을 알리기 위해 그 꼭대기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는 곳이다. 6세기에 건립된 성 소피아대성당은 1453년 동로마가 오스만 제국에 의해 멸망, 이슬람사원으로 개조되는 과정에서 미나렛이 올려지고 내부 대부분의 성화들이 회칠로 덮여지고 말았다.
성 소피아대성당 안으로 들어간 순례객들은 하나같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기둥 하나 없이 거대한 구조물이 지탱되고 있는 신비한 건축술과 군데군데 남아 있는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 사도들을 표현한 벽화들의 아름다움에 눈은 휘둥그레지고 찬사가 터져 나왔다. “솔로몬이시여 당신을 뛰어넘었습니다.” 537년 성 소피아대성당을 완공한 유스티니아누스 대제는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 비잔틴 예술의 극치라 불리는 이스탄불 성 소피아대성당 전경.
원형이 변형돼 이슬람사원 양식이 혼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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