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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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옷 벗는 매스미디어 Ⅰ

원색적 발언에 성폭행 미화까지…. 무분별 성문화 안방 침투 … 제재는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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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시청 시간대에 성을 상품화한 프로그램이 방영되어 문제가 심각하다.
또 성을 왜곡시키는 광고들이 보편화되면서 성에 대한 가치관이 미흡한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우려를 낳고 있다.
 

매스미디어가 옷을 벗는다. 예전에는 부끄러워할 줄도 알았던 매스미디어가 부끄럼도 잊은 채 더욱 과감하고 당당하게 노출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 앵커들이 알몸으로 진행하는 ‘네이키드 뉴스’가 서비스를 시작해 성 상품화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성 상품화가 비단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서만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누구나 접할 수 있는 TV, 광고, 인터넷 등에서도 난무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매체 속 성 상품화는 예상보다 파급효과가 크다.

TV를 켜면 여기저기에서 선정적인 장면이 흘러나오고,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청소년들도 음란물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 어렵게 구한 음란비디오를 부모님 몰래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성 상품화는 분명 잘못된 문화다. 성을 왜곡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성 상품화의 대상들을 성적대상물로 비하시키는 성차별의식도 심어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중매체에서는 성 상품화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성 상품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어오는 수단으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거기에 여성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남성 중심적 사고가 더해지면서 여성들이 대부분 성 상품화의 대상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성들도 몸매를 노출하기 위해 스스로를 상품화하는 추세다.

여자 연예인들은 너도나도 모바일 화보라는 제목을 달고 몸매를 드러내놓고, 드라마 각본에는 없지만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일부러 몸을 노출한다는 남자 연예인도 있을 정도다. 얼마 전에는 홍콩의 한 도서박람회에서 화보집을 발간한 여성들이 사인회를 열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만큼 성 상품화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이러한 문화가 확산되면서 아름다워야 할 ‘성’은 위협받고 있다. 성의 아름다움을 무너뜨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대중매체의 성 상품화 경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옷 벗기는 TV

20대 한 직장 여성은 “퇴근 후 부모님과 여유롭게 TV를 봤는데 TV를 켜는 순간 낯이 뜨거울 정도로 민망한 장면이 나와 당황했다”며 “가족시간대에는 그런 장면들을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은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자녀들과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가 민망한 장면을 가리키며 아이들이 “엄마 저 사람들 왜 저러고 있어?”라고 물어봐 당황했다는 부모도 적지 않다.

TV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 있기 때문에 성 상품화의 영향도 막대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시청하는 시간대에 성을 상품화한 프로그램이 방영되기에 더욱 문제가 크다.

공중파에서 방영되고 있는 한 일일드라마에서는 부부 성폭행까지 등장시켜 ‘막장 드라마’라는 평가도 받았다. 말초적인 소재로 시청률을 올리려는 얄팍한 상술이 아닐 수 없다. 또 연예프로그램에서는 여자 연예인들이 섹시화보를 찍는 모습을 소개하고 ‘텐 프로’라 불리는 유흥업소 여대생을 등장시키는 등 성 상품화에 일조하고 있다.

공중파 방송들도 수위를 넘나들며 성을 상품화하고 있지만 케이블채널에서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ETN의 ‘백만장자의 쇼핑백-네이키드 스시’에서는 나체로 누워있는 여성의 몸 위에 초밥을 놓고 먹는 장면을 보여줬다. 이 방송에서는 불을 끄고 초밥을 먹게 하면서 젓가락으로 모델의 몸 여기저기를 찌르는 상황을 연출하는 등 선정적인 설정과 원색적인 발언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비키니 입은 여성들이 남자들을 유혹하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섹시 코미디를 표방한 탐정물 형식의 성인드라마가 방영되기도 했다. 이 드라마에서는 성폭행 장면을 상세하게 묘사해 미화하는 것은 물론 ‘너무 사랑해서’ 성폭행을 했다는 용의자의 답변과 이를 용서하고 풀어주는 경찰의 모습까지 등장시켜 비난 받았다.

방송에서 성을 상품화하는 수위가 점점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방송심의와 제재를 담당하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통합 전후 정치심의 논란에 빠지면서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강력한 정책과 집행으로 성 상품화가 활개를 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재할 필요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성 상품화의 대표주자 광고

30초의 미학이라고 불리는 광고는 성 상품화가 활개를 치는 무대다. 제품과는 상관없이 필요 이상으로 성을 강조하고 성적 쾌락 추구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올 초 마사회는 몇몇 일간지에 ‘경제야 우뚝서라’는 문구의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의 이미지 중에서 한 남성이 밧줄로 잡아당겨 세우는 버섯모양의 물건이 마치 남성 성기와 유사해 보여 시민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남성이 광고 속에서 성 상품화의 대상으로 이용된 것은 드문 경우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들이 광고의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적인 존재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있는 건강음료의 경우 몸매가 좋다고 소문난 여자 연예인들을 광고 모델로 등장시켜 그 음료가 날씬한 몸매와 관련이 있는 양 의도하기도 한다. 또한 주유소 광고에는 빨간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주유소에 가면 항상 대기하고 있을 법한 상상력을 부추겨 수익의 증대를 꾀하기도 했다.

성을 왜곡시키는 광고들이 보편화되면서 감각적이고 흥미 위주의 성 표현이 범람하게 됐다. 성에 대한 가치관이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광고들이 왜곡된 성 행동을 모방할 수 있게 할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광고의 이미지를 흉내 내기 위해 비행을 저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를 통해 성을 상품화하는 광고들의 유해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지연 기자
( mary@catimes.kr )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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