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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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추기경, 부활 메시지 발표

“희망 간직하고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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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주님 부활 대축일(12)을 앞두고 부활 메시지를 발표했다. (메시지 전문 하단 첨부)

 

염 추기경은 부활 메시지를 시작하며 좋은 계절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이했지만, (코로나19) 부활의 기쁨을 느끼기도 어렵다면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인내와 희생, 협조를 아끼지 않는 국민 모두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고 전했다.

 

사순 시기를 시작하면서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중단한 것에 대해 초유의 사태라며 우리 신자들은 물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피치 못할 가슴 아픈 결정이었다고도 전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신자들과 사제들에게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사제와 신자들의) 서로를 향한 사랑과 존경이 깊어지고 일상이 은총임을 깊이 깨달아 우리 신앙 공동체는 한층 성숙해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현재 우리도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처럼 어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한 염 추기경은 그리스도교 신앙인에게 희망을 주문했다. 염 추기경은 모든 것을 무()로 돌려놓는 죽음 앞에서 사람은 두려움과 절망에 빠지기 마련이라면서도 “‘두려워하지 마라’(마태28,5.10)고 하신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 희망을 간직하고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코로나19에 취약한 계층에게 도움의 손길을 촉구하며 “(주님은) 우리가 서로에게, 특히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기를 원하신다고 강조했다.

 

오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국민들, 무엇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펼쳐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도 전했다.

 

코로나19로 성주간 일부 예식 축소주보도 전자파일로 발행

 

염 추기경은 오는 11() 저녁 8파스카 성야 미사12() 12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주례하며 부활 메시지를 낭독한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이날 미사도 신자 없이 진행한다.

 

메시지 전문은 서울대교구 주간 소식지 서울주보’ 412일자에 실린다. 주보 역시 지면 대신 전자파일 형태로 발행돼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홈페이지(http://cc.catholic.or.kr)와 서울주보 카카오채널(https://pf.kakao.com/_xhGxjBxb), 교구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commu.seoul)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가톨릭 교회는 현재 예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가장 깊게 묵상하고 체험하는 성주간(聖週間)을 보내고 있다. 예년대로라면 성주간 중에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며 장엄한 예식을 진행하나, 올해는 성가를 부르지 않고 일부 예식을 축소했다. 성 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9) 중 거행하는 발씻김 예식은 생략하는 식이다. 대신 미사는 가톨릭평화방송 TV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한다.

 

 

내용

시간

주례자

성유 축성 미사(9)

아침 10

염수정 추기경

성 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9)

저녁 8

정순택 주교

성 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10)

저녁 8

구요비 주교

파스카 성야 미사(11)

저녁 8

염수정 추기경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12)

12

염수정 추기경

 

 

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코로나19로 인해 재의 수요일(사순시기의 시작)226일부터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중단한 상태다. 정부 권고에 따라 미사 재개 일자를 조정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자 사제평의회를 거쳐 42일 별도 지침이 있을 때까지 미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파스카 성야 미사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빛의 예식을 거행하며 촛불을 켜고 있다.

 

 

2020년 부활 메시지 전문(全文)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20)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내려주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만물이 소생하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좋은 계절에 우리는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이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의 봄은 아직 멀리 있고 부활의 기쁨을 느끼기도 어렵습니다. 작년 12월에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의 먹구름이 온 세상을 덮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희생하고 투신하는 분들을 보면서 우리가 갈망하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됩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인내와 희생, 협조를 아끼지 않으시는 국민 모두에게도 깊은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사순 시기를 시작하면서 우리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과 함께하는 미사의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습니다. 우리 신자들은 물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피치 못할 가슴 아픈 결정이었습니다. 미사를 봉헌하지 못하고 성체도 영하지 못하는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신앙생활을 하시는 신자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홀로 미사를 지내며 신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마음 써주시는 신부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신자와 함께하는 미사 중단이 길어지면서 영적인 고통이 커갔지만, 그 고통 안에는 축복도 숨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자들은 사제를 그리워하고, 사제들은 신자들을 더욱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은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자라났습니다. 이 마음이 계속되어 서로를 향한 사랑과 존경이 깊어지고 일상이 은총임을 깊이 깨달아 우리 신앙 공동체는 한층 더 성숙해질 것입니다.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은 결과로 세상에 죽음이 들어왔습니다(창세 2,17; 3,3.19). 죄의 결과인 죽음은 인간에게 영원한 소멸의 공포”(사목헌장 18)를 안겨 줍니다. 모든 것을 무()로 되돌려놓는 죽음 앞에서 사람은 두려움과 절망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죽을 운명에 처하여 두려움과 절망의 굴레에 갇힌 인간을 구해 주셨습니다. 그분은 당신의 부활로써 죽음을 넘어 영원한 삶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굳건히 믿고 충실히 따르는 이들에게는 영원한 삶이 약속되어 있습니다.

그리스도 신앙인들은 이 약속을 믿고 죽음의 두려움과 절망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구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로마 7,24-25)라고 고백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나약한 우리 인간에게 죽음을 넘어선 희망을 선사해 주십니다. 그분은 제자들에게 약속하신 대로 바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주님은 빛이 충만한 시간만이 아니라 어둠이 가득한 시간에도 우리 곁에 계십니다. 루카복음에 등장하는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는 어둠의 시간에 주님을 만납니다. 주님은 당신의 십자가 죽음 때문에 실망하고 좌절하여 길을 가던 제자들에게 낯선 나그네의 모습으로 다가오십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힘과 용기를 주시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이끌어주십니다(루카 24,13-35).

 

현재 우리도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처럼 어둠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긴 어둠의 터널이 언제 끝이 날지 몰라 많이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하지만 부활하신 주님은 어둠의 터널을 걸어가야 하는 우리를 곁에서 동행하십니다. 그분께 우리를 맡기면 두려움을 이기고 희망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난 327인류를 위한 특별 기도와 축복예식에서 주님께 의탁하여 두려움을 이겨내자고 다음과 같이 호소하셨습니다. “옛적의 뱃사람들에게 별이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는 주님이 필요합니다. 우리 인생의 배에 주님을 모십시다! 우리 두려움을 주님께 넘겨드려, 그분께서 이기시게 합시다. 제자들처럼 우리는 그분과 함께 배에 있으면 난파하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마르 4,35-41). 하느님의 힘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 악한 일들조차 선으로 바꾸시는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돌풍 속에 고요를 가져다주십니다. 하느님과 함께라면 생명은 결코 죽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주십니다. 아울러 그분은 우리가 서로에게, 특히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위기가 닥쳐오면 가장 먼저 약하고 가난한 이들이 고통을 당합니다. 교황님께서도 코로나19격리된 사람, 독거노인, 병원에 입원한 사람, 봉급을 받지 못할 것 같아 자식들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지 모르는 부모 등 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다고 하시면서 그들과 함께할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이미 본당, 기관, 단체, 수도회 차원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런 도움의 손길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부활 대축일 며칠 후에 제21대 총선이 치러집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될 국회의원들을 비롯해서 모든 정치인들이 국민들, 무엇보다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펼쳐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상황이 힘들고 엄중해도 작은 희망이라도 보이면 견뎌낼 힘을 얻게 됩니다. 고통과 고난의 삶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지펴가는 데에 우리 모두 마음과 힘을 합치면 좋겠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도 그분 곁에 머물도록 합시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28,5.10)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 희망을 간직하고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서로를 배려와 사랑으로 대하면서 이 시련의 시간을 잘 견디어 나아갑시다. 불안과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의 위로자이신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위로와 평화를 주시도록 전구합시다.

다시 한번 부활하신 주님께서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풍성한 축복을 내려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서울대교구홍보위원회 202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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