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 2023년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집전 중인 정순택 대주교 (주교좌 명동대성당 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주님 부활 대축일(3월31일)을 맞아 부활 메시지를 발표했다.
정 대주교는 부활 메시지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은 우리의 삶이 이 세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이 세상에서의 삶을 ‘영원한 생명’과 연결 지어 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활에 대한 믿음’이 “이 세상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가꾸어 나갈 책무를 자각하고, 삶에 책임을 다해 투신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의 죽음이 예수님의 부활로 말미암아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듯이, 한반도 분단이라는 ‘역사의 죽음’과도 같은 상황도 언젠가 새 생명과도 같은 ‘평화 공존과 공영’이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대주교는 이를 위해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에 큰 책임이 있는’ 정치 지도자들이 “정파적 이익을 뒤로하고 국민의 민생을 우선하여 잘 살피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국가의 국민으로서 권리를 잘 행사해 국민의 참 봉사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부활을 믿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희망을 놓지 않는다”라고 강조한 정 대주교는 “부활의 새 생명과 희망이 어려움 중에 계신 모든 분들, 특별히 북녘 동포들에게도 따뜻이 퍼져가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모든 피해자들에게도 따뜻이 퍼져나가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가톨릭교회는 오는 28일부터 주님 부활 대축일을 앞두고 전례주년에서 가장 경건하고 거룩한 시기인 성삼일(성목요일·성금요일·성토요일)을 지낸다.
성목요일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에서 성체성사를 제정한 것을 기념하는 ‘주님 만찬 미사’를, 성금요일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주님 수난 예식’을 거행한다. 또한 교회는 성금요일과 성토요일에 고해성사와 병자 도유를 제외한 모든 성사를 거행하지 않는다. 성토요일에는 영성체도 노자 성체(임종 전 마지막으로 영하는 성체)만 가능하다.
다음은 정순택 대주교 부활 메시지 전문.
2024 부활 메시지
‘예수님의 부활은 이 세상에서의 삶을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줍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드리며 함께 기뻐합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기운과 함께 부활이 찾아왔습니다. 산과 들에 피어나는 꽃들과 풀들은 대지와 자연에 피어나는 생명을 노래합니다.
이삼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60세에 이른 분들에게 ‘환갑’ 잔치를 해드리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우리네 평균 수명이 늘면서 이제는 그런 풍경을 보기 어렵습니다. 70세에 하는 ‘고희’ 잔치도 ‘아직 젊고 앞으로 갈 길도 멀리 남았는데 남사스럽다.’며 피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을 만큼, 이제 우리의 평균 수명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이 86세 정도, 남성은 81세 정도라고 통계는 이야기합니다. 건강 기대 수명도 73~74세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고 합니다. 이는 과거에 비해 10~20년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80~90년 사는 것으로 우리 인생이 영원히 끝난다면 우리 각자의 삶이 10~20년 더 늘어난다는 사실이 수천, 수만 년의 역사 안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의 삶이 영원함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나의 기대수명이 몇 년 더 늘었다는 점이 이 지구, 이 우주의 역사 안에 무슨 의미를 더할 수 있을까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은 우리의 삶이 이 세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고, 이 세상에서의 삶을 ‘영원한 생명’과 연결 지어 준 사건이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건강 수명, 기대 수명이 늘었다는 사실은 ‘살아있는 동안의 건강’만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과 연결’될 때에 참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믿음은 ‘이 풍진 세상에 눈감고 내세로 도피케 하는 마약’(K. 맑스) 같은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의 삶’이 ‘영원한 생명’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믿는 것입니다. 이 세상을 ‘하느님 보시기에 좋더라.’하는 모습으로 가꾸어나갈 우리의 책무를 자각하고, 더욱 이 세상에서의 삶에 책임을 다해 투신하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또 실패, 좌절, 병고, 이별, 사랑의 깨어짐 등등 ‘죽음’과도 같은 골짜기를 지나고 있다 하더라도, 예수님의 부활 사건은 ‘죽음과도 같은 현실’이 ‘끝’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또한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믿음’은 한반도의 분단 현실도 종국에는 ‘생명으로 하나됨’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우리 국민 대다수의 바람과는 별개로 강대국 사이의 국제 관계 안에서 비롯된 분단의 역사로 인해 ‘죽음과도 같은’ 대립과 분열이 아직껏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죽음이 예수님의 부활로 말미암아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듯이, 한반도 분단이라는 ‘역사의 죽음’과도 같은 상황도 언젠가 새 생명과도 같은 ‘평화 공존과 공영’이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진정한 대화는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 다른 이들을 보듬고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자주 “반대자들을 사랑하고 우리를 험담하는 이들을 축복합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치 지도자들은 국가의 발전과 국민들의 행복에 큰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 지도자들도 정파적 이익을 뒤로하고 국민의 민생을 우선하여 잘 살피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먼저, 곧 치르게 될 총선에서 민주국가의 국민으로서 권리를 잘 행사해서 국민의 참 봉사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과 사회의 어려움을 넘어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의 삶이 이 세상에서 그대로 끝나지 않음을 증언합니다. 그렇기에 부활을 믿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부활의 희망 안에서 ‘하느님 보시기에 좋더라.’ 하는 말씀에 걸맞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라는 주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투신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부활의 새 생명과 희망이 어려움 중에 계신 모든 분들, 특별히 북녘 동포들에게도 따뜻이 퍼져가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모든 피해자들에게도 따뜻이 퍼져나가기를 기도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함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