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 (38) ‘에큐메니칼’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3월 23일 바티칸 도서관에서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 쿠르트 코흐 추기경(맨 왼쪽)과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교회협의회(WCC) 대표단을 만났다. 사진=OSV
개신교에서 주로 사용하는 ‘에큐메니칼’(ecumenical), 또는 ‘에큐메니즘’(ecumenism)이라는 단어는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뜻하는 용어로, 그리스어의 ‘오이케오’(οκω), 곧 ‘살다’라는 뜻의 단어에서 파생된 ‘오이코스’(집, 가정, 세상)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에큐메니칼’을 의미하는 ‘오이쿠메네’(oikoumene)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기원전 5세기로, 헤로도투스(Herodotus)와 크세오파네스(Xenophanes)가 ‘모든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 또는 지상의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을 제외한 모든 인간계’를 총칭하는 용어로 활용하였습니다. 로마 제국 시대에는 ‘오이쿠메네’가 ‘로마 제국이 통치하는 세계’를 지칭하였고, 로마 제국이 동서로 양분된 뒤에는 동로마 제국과 서로마 제국의 일치와 동방 교회와 서방 교회의 일치를 뜻하는 용어였습니다.
이 용어가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뜻하는 용어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부터입니다. 개신교 교단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이 사회적 투쟁으로 격화되어 사회 위기를 불러왔고, 19세기 말 유럽 식민지 정책의 확장에 따라 선교지에서 나타난 선교사들 사이의 갈등을 극복하고자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게다가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서구 사회가 전쟁의 참상으로 고통을 겪을 때 개신교 선교사들은 그리스도의 복음 정신을 실천하기 위하여 상호 연대가 필요하다는 의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에큐메니즘은 좁은 의미에서 서로 다른 성경 해석과 전통, 교회 지도의 형태나 지역적 특성 등의 다양한 이유로 갈라진 개신교 교파들이 차이를 초월하여 모든 그리스도인의 일치와 결속을 도모하는 세계 교회 일치 운동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948년에 창립된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WCC)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물론 인간의 삶에 관한 모든 측면, 곧 정치, 경제, 사회, 창조 질서에까지 일치와 화해를 지향하는 용어로 에큐메니즘의 의미를 확장하였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에큐메니즘’이라는 용어보다는 ‘그리스도인 일치 운동’, 또는 ‘교회 일치 운동’이라는 용어를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촉진하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이는 가톨릭교회의 사도좌로부터 갈라져 나간 정교회와 개신교 교단들과의 형제적 일치를 위한 신학적이고 교회적인 노력을 뜻합니다. 그리스도인의 분열은 세상에 일치와 화해를 선포하는 교회의 올바르지 못한 표양이 되고 참된 그리스도인의 소통과 친교를 가로막는 것이기에 갈라진 형제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오해를 극복하는 회심에서 그리스도인의 일치 운동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국의 경우 천주교와 개신교가 같은 그리스도교라는 동질감보다는 서로 다른 성경 해석과 교회에 대한 편견으로 오랜 상호 불신의 역사를 살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에큐메니칼이라는 용어가 지칭하듯 모든 그리스도인이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세상에서 살아가며 “한 하느님, 한 주님, 한 성령님” 안에서 하느님의 백성으로 부름 받았음에 감사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고백하고, 함께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그리스도의 한몸이 되어야 한다는 공동의 과제를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