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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년 동안 휠체어를 타고 학교를 다녀 광주대를 졸업한 최승규씨와 최씨를 휠체어에 태워 등하교 시켜 준 박종렬씨(뒤편 오른쪽)가 졸업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은 광주 작은 예수의 집 김대만 원장. |
지난달 22일 광주 남구 진월동 광주대 호심관 대강당 졸업식 단상에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이 학사모를 쓰고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정장 차림의 또 다른 장애인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뇌병변(지체장애 1급) 장애인으로 지난 4년 동안 휠체어를 타고 사회복지학과를 다닌 최승규(38 베네딕토)씨는 졸업장과 봉사상을 받았고 최씨를 휠체어에 태워 등하교 시켜 준 정신지체 1급 박종렬(35 요셉)씨는 특별 봉사상을 수상했다. 광주대는 최씨의 손과 발이 돼 학교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희생과 헌신을 기려 개교 이래 처음으로 졸업생이 아닌 박씨에게도 특별 봉사상을 수여한 것이다. 이들에게 졸업장은 지난 4년간 수많은 역경을 따뜻한 우정으로 이겨내고 얻은 것이어서 더욱 소중하고 감동적이다.
두 사람의 우정은 1996년 장애인 공동체인 광주 작은 예수의 집 (원장 김대만)에서 만남으로 시작됐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며 친해졌다. 박씨는 비록 정신연령은 10세 이하로 낮지만 혼자서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최씨를 위해 기꺼이 목욕을 시켜 주고 매끼 식사를 먹여주며 손과 발이 됐다.
지난 97년부터 밤을 새워 공부하며 초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통과한 최씨는 2002년 광주대 사회복지학부에 합격해 난생처음 학교에 간다는 기대에 설레었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고도 남의 도움을 받아야만 외출을 할 수 있던 최씨는 학교에 다닐 일이 막막해 깊은 좌절에 빠졌다. 이때 박 씨가 선뜻 휠체어를 밀어 주겠다고 나섰다.
작은 예수의 집에서 학교까지는 40분 거리. 강의실에 도착하기 위해선 적어도 1시간 전에 나와야 했지만 두 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김없이 학교에 나왔다. 박씨는 최씨의 책가방을 메고 강의실과 도서관 식당 등 교내 곳곳으로 휠체어를 밀고 다니며 수업 중에도 최씨 곁에서 책장을 넘겨줬다. 그 세월이 만 4년이다.
모르는 이들은 박씨도 같은 학교 학생인줄 착각했다. 나중에 사실을 알고 박씨에게 명예졸업장 이라도 줘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노력 끝에 최 씨가 받은 졸업 평점은 3.48. 틈틈이 자격증 시험도 준비해 사회복지사 2급 평생교육사 2급 자격증을 땄다. 2002년에는 교내 인권 동아리 아우르기 회장으로 활동하며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학교 측에 시설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씨도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봉사상을 받은 것이다.
최씨는 손발이 돼 준 박종렬 형제 같은 과 학우들 공동체 가족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졸업할 수 있게 돼 기쁘다 며 사회복지사로서 장애인들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 하겠다 고 다짐했다.
광주=김상술 명예기자 sang1004@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