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순도 높은 신앙을 느끼고 체험하고 배우는 영성과 기도 공간으로 개발해 나가겠다"고 성지 개발 방향을 털어놓는 김웅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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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깊은 산골에 숨어산 신앙선조들의 순수한 영성을 세속화시키면 안 된다는 겁니다."
5개년 계획으로 성지 성역화사업을 추진 중인 청주교구 배티성지 담임 김웅열 신부는 "손에 낀 금반지의 순도가 제각각이듯 신앙의 순도도 다르다"며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신앙선조들의 열심한 신앙을 되살리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무분별한 개발을 가능한 한 지양하고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는 쪽으로 성역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고 덧붙였다.
김 신부의 목표는 일단 신앙인들만이,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찾는 성지가 아니라 세계적 순례성지로 조성하는데 있다. 1단계로 최양업 신부 선종 150주년 기념성당을 지어 15일 봉헌했고, 2단계로 순교 박해 박물관을 지을 계획이다. 이어 3단계로 배티성지를 중심으로 15개 교우촌을 연결하는 신앙의 순례길을 정비, `생거진천 배티 둘레길`을 조성한다. 진천군민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 나아가 전 세계인이 순도 높은 신앙을 느끼고 체험하고 배우는 영성와 기도 공간으로 개발하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
"최양업 신부님은 국내 첫 신학생으로 선발돼 최초로 서양식 교육을 받았어요. 최초로 오르간을 연주한 서양음악의 선구자였고, 천주가사를 정리해 국문학사에까지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 5개도를 본당사목구로 삼아 1년이면 5000리를 걸으며 사목했던 최 신부님의 선교정신과 순교영성은 배티에 살아 있습니다. 배티는 6인묘, 14인묘가 시사하듯 무명순교자들의 본향이고, 배티신학교는 조선 최초 신학교가 세워졌던 역사적 터전입니다. 그 영성을 되살리는 게 성지 개발의 목적입니다."
김 신부는 "무엇보다 최 신부님 시복시성과 현양운동의 본거지이자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기도운동을 열심히 펼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최 신부 시복시성을 기원하며 매달 첫 토요일 오후 6시 30분에 최양업 신부 선종 150주년 기념성당에서 배티 은총의 밤을 갖고 있으며, 짝수 달 셋째 주 토요일 오후 2시 30분엔 라틴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배티순교성지 성역화는 볼거리와 들을거리, 쉼거리, 먹을거리 등 네 가지 주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볼거리와 들을거리는 한국천주교회사를 복원하는 순교 박해 박물관 건립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또 쉼거리와 먹을거리는 배티교우촌을 도는 생거진천 배티 둘레 길 순례와 배티교우촌 일대 기반ㆍ편의시설 조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물론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되는 중ㆍ장기 프로젝트다.
김 신부는 "최양업 신부 선종 150주년 기념성당을 빼놓으면 아직은 시작단계"라면서도 "이땅에 신앙의 불을 놓고 한국교회가 결코 잊을 수 없는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시성가 현양을 위한 구심점이 될 1만 명 천사운동에 기도와 후원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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