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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가정폭력으로 고통받은 이주여성 애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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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일푼으로 쫓겨나 중1 아들 돌보며 생활

▲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온 이주여성 애나(왼쪽)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다 눈물을 쏟자 미리암 이주여성센터 우정원 소장이 위로해주고 있다. 이힘 기자

“남편은 거의 매일 밤늦게 들어와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어요.”

19일 경기도 고양의 한 원룸에서 만난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애나(가명 45)씨의 눈은 짓물러 있었다. 애나씨는 한국인 남편의 계속된 가정폭력으로 얼마 전 중1인 아들 민철(가명)군과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며 눈물을 쏟았다.

23㎡(7평) 남짓한 그의 원룸엔 당장 입을 겨울옷 몇 벌과 얇은 이불 한 채 전기밥솥 한 대가 보였다. 쫓겨난 탓에 옷들도 대부분 가져오지 못했다. 무일푼인 그는 월 35만 원짜리 원룸의 보증금 300만 원이 없어 지인에게 신세를 졌다. 그는 남편 얘기를 하기만 하면 얼굴에 먹구름이 꼈다. 아들 얘기를 할 때면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빗물처럼 쏟았다.

1994년 한국에 온 애나씨는 경기도 안산의 한 컴퓨터 부품 생산업체에서 4년간 일했다. 비자 문제로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1999년 재입국한 뒤 지인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2002년 결혼한 애나씨는 13년 결혼생활 가운데 행복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결혼 이듬해 민철이가 태어났지만 남편은 사업하다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렸다.

애나씨는 당시 “남편과 함께 이를 만회하고자 남의 돈을 빌려 영어 카페를 차렸다”고 했다. 하지만 카페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월세도 내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는 “3개월 만에 카페 문을 닫은 뒤로 남편이 돌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남편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언어폭력은 물론 어린 아들이 보는 앞에서 애나씨에게 손찌검도 일삼았다.

“우리 아빠도 나를 때린 적이 없는데 남편은 툭하면 때렸어요. 민철이가 젖먹이였을 때 필리핀으로 잠시 보낸 적이 있는데 현지 분유가 맞지 않아 계속 토하니 한국에서 분유를 보내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그런데도 남편은 돈이 없다면서 분유를 제때 보내주지 않았지요. 젖먹이가 잘 먹지도 못했을 거라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해서 눈물만 나요.”

그는 영어 과외로 생계를 꾸려왔다. 남편은 택시 운전과 대리운전 택배 기사 등을 전전했지만 하는 일마다 힘들다며 두 달을 못 버텼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 대신 애나씨가 실질적인 가장이었다.

애나씨는 요즘 매일 빈혈약을 먹으며 지낸다. 앉았다 일어나기만 하면 눈앞이 캄캄해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민철군이 어려움 속에서도 밝게 자라고 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민철이의 꿈은 이은결처럼 유명한 마술사가 되는 것이다. 엄마에게 ‘웃음’을 선물해주고 싶어서란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후견인 / 우정원(제노베파) 미리암 이주여성센터 소장

이주여성들은 잘살아보겠다는 희망을 품고 고향을 떠나온 이들입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집에서 쫓겨난 애나씨와 민철이에게 평화신문 독자 여러분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민철이는 현재 책상도 없는 원룸에서 매일 일하느라 밤늦게 들어오는 엄마를 홀로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 2

※애나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29일부터 12월 5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12)에게 문의 바랍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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