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묵주 쥐고 눈물만…
▲ 서울 자양동본당 임용선(왼쪽) 사회사목분과장이 김씨 언니 김선량씨와 함께 뇌종양으로 고통받는 김선천(가운데)씨의 쾌유를 기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이힘 기자
3일 서울 자양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만난 김선천(베로니카 46 자양동본당)씨는 15년 전 발병한 뇌종양으로 몸을 가누는 것이 힘에 부친다. 그래서 식사하는 때를 빼면 하루 대부분을 누워 지낸다. 앉아 있기만 해도 심하게 어지러운 데다 말도 어눌해졌다.
“한…강에…가고 싶…어요.”
고향이 부산인 김씨는 서울에 온 지 20년이 넘었지만 긴 투병생활로 한강 구경을 간 적이 없다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김씨는 그동안 두개골을 열어 뇌종양을 제거하는 큰 수술만 세 차례 받았다. 그 뒤 머리에 물이 차올라 이를 빼내느라 네 번 더 수술대에 올랐다. 당뇨에 고혈압 증세도 있어 하루에 한 움큼씩 약을 먹고 있다.
아프기 전엔 김씨는 남편과 아들딸과 함께 행복하게 지냈다. 가끔 두통에 시달렸는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화근이었을까. 두통과 함께 어지럼증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언니 김선량(마리아 49 서울 자양동본당)씨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좋은 엄마였고 남편과도 금실이 좋았다”며 눈물을 훔쳤다.
김씨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단란했던 가정은 무너져 갔다. 말이 어눌해진 김씨가 자신의 말을 가족들이 못 알아듣는 것이 화가 나 소리를 지르는 일이 잦아져 가족들과 불화가 생겼다. 저녁때마다 큰 소리가 들려오는 김씨네를 이웃들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올해 20세인 그의 딸은 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탓에 성격장애가 생겨 치료가 시급하다.
김씨네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렵다. 일용직으로 배달 일을 하는 남편은 월수입이 60~80만 원 정도다. 수술 한 차례에 1000만 원이 넘게 들다 보니 그동안 전세금을 빼서 수술비를 댔다. 7번의 수술 끝에 8000만 원의 전세금은 모두 사라졌고 1년 넘게 월세를 내지 못한 현재 반지하 집 보증금도 겨우 100만 원만 남았다. 엄동설한에 언제 쫓겨날지 몰라 하루하루 불안하다. 그동안 모자라는 돈은 지인들에게 빌려 버텨왔는데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이젠 그들도 등을 돌렸다.
김씨는 2년 전 언니의 안내로 영세했다. 요즘 그는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며 병마와 싸울 용기와 힘을 얻게 해달라고 매달린다. 신앙을 가진 뒤로 김씨가 온화해지는 모습을 본 남편도 지난 10월 자양동본당 예비신자 교리반에 등록했다. 반찬거리를 살 돈도 부족해 밥에 김치만 먹으며 사는 김씨는 예수님께서 도와주실 것이란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의 오른손엔 묵주가 쥐여 있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후견인 / 조 마리아(니콜라 서울 자양동본당) 수녀
“베로니카 자매님은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다른 병원에서도 받아주질 않아 경제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평화신문 독자 여러분께서 자비의 희년을 맞아 고통받는 자매님에게 그리스도의 자비를 전해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김선천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13일부터 19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12)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