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알코올 중독인 남편 피해 쉼터서 새 삶 꿈꾸는 박명순씨
▲ 남편의 알코올 중독에 시달려온 박명순(왼쪽)씨가 박선정 사회복지사와 이야기 나누고 있다. 이정훈 기자
“지난 20년간 남편은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술을 마시고 저와 딸에게 언어 신체적 폭력을 일삼았습니다. 정말 지옥 같은 나날이었어요.”
18일 서울의 한 복지관 상담실. 웃음기 없이 말을 이어간 박명순(가명 52)씨 입에선 온통 알코올 중독에 걸린 남편으로 인해 힘겨웠던 지난날이 흘러나왔다. 그는 “이제 이런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석 달 전 집에서 나와 한 쉼터에 머물고 있다. 그의 남편은 딸이 성인이 될 때까지 평생 술에 의지해 살아왔다.
남편 성OO(가명 57)씨는 알코올 중독자다. 젊은 시절 이곳저곳에서 일했지만 이내 직장을 바꿨다. 남편은 술만 먹으면 폭력적으로 변해 아내인 박씨에게 욕설을 퍼붓고 때렸다. 수시로 경찰이 집을 들락날락할 정도로 동네에도 소문이 났다. 남편은 7~8년 전부터는 아예 일도 안 한다. 하루 소주 3~4병은 기본이다. 생계 때문에 아내 박씨가 의류업에 종사하기도 했지만 몸이 좋지 않아 3년 전 일을 관뒀다.
박씨는 너무 힘들어 남편을 알코올 중독 병원에 7~8차례 입원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퇴원한 남편은 술을 끊기는커녕 오히려 폭력성이 더 심해졌다. 남편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자신을 병원에 입원시킨 아내를 원망하고 욕했다. 갖가지 물건을 외상으로 사오기도 하고 자는 딸을 깨워 괴롭히는 등 삶을 제대로 유지하기 힘들게 했다. 최근에는 자살까지 시도해 병원에 후송되는 등 사고가 잇따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씨는 “남편이 오로지 술에만 빠져 폭력을 일삼다 보니 이젠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뛰쳐나왔다”며 “최근 이혼 서류를 법원에 제출해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폭력으로 손과 발목 등에 상해를 입어 장애등급 4급을 받았다. 지칠 대로 지친 박씨는 혈압약과 우울증 치료 약을 복용 중이다.
현재 정부 임대 주택에 사는 박씨 가정은 기초생활수급비 40만 원과 최근 간호조무사로 취직한 딸의 월급 100만 원으로 지낸다. 박씨는 “이혼 후 악몽 같은 삶에서 빠져나와 딸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주거비와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딸의 학자금이 걱정이다.
박씨는 “그나마 기특하게 자라준 딸이 간호사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며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이어서 딸의 꿈이라도 이뤄지면 좋겠다”며 “막막하지만 아픈 삶에서는 그만 빠져나오고 싶다”고 희망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후견인 / 박정선 사회복지사(서울 모처 가정폭력상담소)
박명순씨는 평생 알코올중독 남편 폭력에 시달려 오셨습니다. 박씨와 딸이 몸과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도록 평화신문 독자 여러분이 도와주세요.
성금계좌(예금주 : 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박명순씨 가정에 도움을 주실 독자는 27일부터 1월 2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12)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