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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황인국 몬시뇰 장례 미사에서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 주례로 고별식이 거행되고 있다. |
통일을 기다리며 평양교구 재건에 힘써온 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 겸 평양교구장 서리 대리 황인국(마태오) 몬시뇰이 5일 새벽 1시 30분 서울성모병원에서 췌장암으로 투병 중 선종했다. 향년 86세.
고인의 장례 미사는 7일 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와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 전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 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와 정순택ㆍ유경촌ㆍ구요비 보좌주교 등 주교들과 사제들 공동집전으로 봉헌됐으며, 유해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에 안장됐다. 장례 미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교구 주교단과 사제단, 유족만 함께한 가운데 엄수됐다.
1936년 평양 태생인 황 몬시뇰은 1ㆍ4후퇴 직전인 1950년 12월 가족과 함께 월남, 대전성당(현 대전교구 대흥동주교좌성당) 부속 건물에 딸린 반지하방에서 피란생활을 하던 중 신학교에 들어가 1964년 12월 사제품을 받았다. 미아리(현 길음동)본당 보좌로 사목을 시작해 성신중ㆍ고 교사, 삼각지본당 주임, 교구 상서국장(현 사무처장), 전농동ㆍ돈암동본당 주임을 거쳐 미국 필라델피아 한인본당에서 교포사목을 했다. 귀국 뒤 상계동ㆍ노원본당 주임, 잠실본당 주임 겸 제10 송파지구장, 한강본당 주임 겸 제1중구-용산지구장을 지냈으며, 2001년 몬시뇰에 임명된 뒤 동서울지역 담당 교구장 대리와 수도회 담당 교구장 대리를 역임했다.
고인은 2004년 평양교구장 서리 대리에 임명돼 평양교구 순교자 시복 추진과 함께 중단됐던 평양교구 신학생 양성, 「천주교 평양교구사」ㆍ사진집 「일어나 가자」 편찬 등을 추진하며 교구 재건에 대비했고, 특히 분단 이후 잊힌 교회, 평양교구의 하느님 백성과 고통받는 북녘 형제들을 위한 기도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2014년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평양교구 서리 대리 직무는 그대로 유지하며 교구 재건과 평양교구 순교자 24위 현양과 시복 추진작업에 몰두하며 통일을 준비해 왔다.
2014년 5월에는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과 함께 개성공단을 사목 방문해 개성공업지구의 가톨릭 신자들 모임인 로사리오회원들을 격려하기도 했고, 최근 들어서는 2027년 교구 설정 100주년을 내다보며 「천주교 평양교구사」 개정ㆍ편찬 작업에 힘써왔다.
염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슬픔 속에서 황 몬시뇰을 보내드리지만, 몬시뇰께서는 당신이 평생 믿고 바랐던 대로 하느님 품 안에서 안식을 누리시리라 믿고, 또 당신이 평생 꿈꿨던 대로 평양교구와 북녘 교회가 다시 주님을 찬미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우리 다 함께 기도하고 노력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