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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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든든한 후원자

권상희 수녀 (군종교구 안양 충의본당, 인보성체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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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이름하여 `아름다운 청년`, 그렇게 부르고 싶습니다. 왜냐면 천사같은 마음과 눈망울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이 청년은 51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이젠 퇴소해 어느 구청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지요. 오늘 가족들과 함께 이곳 수도군단을 방문했습니다. 식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제게 뭔가를 상의하고자 했습니다.

 훈련소에서 개신교는 맛있는 간식을 많이 주는데, 천주교는 간식이 좀 열악하다며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찾고 싶었던 것입니다.

 저는 농담 어린 목소리로 "그럼 네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 간식 많이 사줄 수 있게 도움 주면 되잖아" 했더니, 그때는 너무 늦으니 지금 군대에 있을 때 뭔가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까지도 그냥 농담으로 "그럼 네가 용돈 아껴서 한달에 오천원씩만 도와주면 그것으로 훈련병들 사탕 사줄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럼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고 있으니 매달 조금씩 나오는 월급으로 저를 돕겠다면서 말입니다. 상여금이 나오면 조금 더 보내준다고도 했습니다.

 `감동~ 감동….`

 가슴이 뭉클하고 마음이 더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개 훈련소 때 기억은 자대에 가면 까맣게 잊는다고들 하는데 이 아름다운 천사 청년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늘 제 마음은 너무나 흐뭇했습니다.

 헤어질 때 "이제 나도 후원자가 생겨서 너무 행복해"라고 했더니 자신은 후원자가 아니라 `투자자`라고 합니다. 대개 투자는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인데 이번 투자는 이 세상에선 받을 수 없는 것이니 어쩌지요? 그렇지만 그 아름다운 청년은 이 세상에서 받을 몇배의 대가를 하늘에 쌓아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요 며칠 새 마음이 불편한 것이 있었는데, 그 아름다운 청년의 따뜻한 마음씨 덕에 내 마음도 눈 녹듯 다 풀렸습니다. 사람이 불편해서 내 마음이 힘들 때 누군가가 이렇게 기도하라고 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 찬미합니다.`

 이젠 이 기도를 아름다운 청년 덕분에 잠시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맙다, 민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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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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