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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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 연극 ‘섬에서 핀 꽃’ 연출·각본·출연 맡은 송준호씨

“연극 통해 소외된 수용자 애환·사랑 전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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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와 여자가 있다. 이들은 사랑하지만 함께할 수 없다. 남자는 무기징역 선고를 받고 수감 중인 재소자다. 하지만 여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를 기다린다. 다행히 특별사면으로 남자는 무기징역에서 20년 형으로 감형되고, 현재 출소까지 4년이라는 시간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간절한 소망은 단 하나, 부모님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다.

재소자와 그를 사랑한 여인의 애절하고 눈물겨운 사랑이야기를 연극화한 ‘섬에서 핀 꽃’이 8일 청주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다.

이번 연극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송준호(파비아노·29·서울 방배동본당)씨는 ‘섬에서 핀 꽃’에 대해 “육지의 외로운 섬 교도소에서 16년 간 변함없는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한 재소자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송씨는 청주교구 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길두 신부로부터 재소자의 애잔한 사랑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교정의 밤 ‘마음을 주었습니다’에 상연될 연극을 의뢰받아 어떤 극을 올릴까 고민하던 그는 이 이야기를 극화하기로 결심했다. 연극을 통해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수용자들의 삶을 전하고 싶었다. 송씨는 각본 작업을 위해 직접 펜을 들었다.

“연극대본 작업이 처음이라 쉽지는 않았어요. 이야기가 겉돌고 명확하지가 않아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이 신부님 도움으로 조금씩 꼴을 갖춰나가기 시작했어요. 이 신부님께 정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작업을 하면서 두 사람의 감정에 중점을 뒀다. 마음껏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극한 상황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애틋함을 담아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를 극화하는 일은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그 안에서 송씨는 행복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고 했다.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쓰면서 너무 행복했어요. 연기 연습을 하면서도 자꾸만 따뜻해지는 느낌을 전해 받았고요.”

공연을 앞둔 최근에는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그가 속한 서울 방배동본당 청년연극단체 ‘옹기마을’ 단원들이 함께 출연하기 때문에 배역간의 호흡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지난달 25~26일 방배동성당에서 제17회 정기공연으로 ‘섬에서 핀 꽃’을 선보여 호응을 얻기도 했다. 자신의 첫 번째 연극작품을 많은 사람들 앞에 선보인다는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하지만, 그는 이것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당차게 말했다.

“저희 옹기마을은 신앙 안에서 주님을 전할 수 있는 연극이라는 수단을 통해 관객들과 감정을 공유합니다. 물론 긴장되고 걱정도 많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희에게 모자란 부분은 주님께서 채워주시리라 생각해요.”

이번 경험이 자신과 옹기마을에 값지고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한 그는 또 관객들에게 전하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연극을 보시고 ‘사랑’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주님께서 주신 위대하고 소중한 사랑이라는 감정은 상대를 배려하고 나를 희생하면서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리고 사회로부터 소외된 수용자들과 그들의 가족도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 청주교구 교정사목위 8일 청주예술의전당서‘교정의 밤’ 행사 개최

교도소 수용자들이 꾸미는 ‘아름다운 밤’

10월 8일 오후 7시,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아름다운 ‘하모니’가 펼쳐진다. 청주교구 교정사목위원회가 마련한 교정의 밤 ‘마음을 보았습니다’가 그것.

연극과 시낭송회, 합창공연 등 이야기가 있는 무대로 꾸며지는 이날 공연에는 교도소 수용자들이 직접 출연해 눈길을 끈다. 공연을 위해 청주 남자 교도소는 6명의 모범 수용자들로 구성된 ‘라 벨라 비타(La Bella Vita, 아름다운 인생)’를 결성했고, 청주 여자 교도소는 ‘이솔라 피오레(Isoa Fiore, 섬에 핀 꽃)’라는 합창단을 만들었다. 합창단에는 모범 수용자와 교도관, 교정위원과 봉사자, 소년원생 등이 참여했다.

라 벨라 비타 밴드는 무대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내일을 향해’ 등을, 합창단은 ‘히브리노예들의 합창’ ‘바오로의 고백’ ‘시월이 어느 멋진 날’들을 불러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하모니의 감동을 선사한다. 지치고 힘든 수용생활 중에도 꿈과 희망을 노래에 녹여낸 이들의 모습은 가슴 벅차게 다가온다.

이 밖에도 수용자가 직접 쓴 글을 KBS 성우 문지현씨가 낭송하며, 연극과 축하공연 등도 준비돼 있다.

교정의 밤 ‘마음을 보았습니다’는 교정사목에 대한 이해와 수용자들의 아픔, 교도관들의 노고 등을 알리고자 마련됐다.

※문의 043-210-1746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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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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