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을 대표하는 여류시인 박송죽(미카엘라)씨가 열다섯 번째 시집인 ‘그대 영혼에 꽃불을 지피며’를 내놓았다.
1958년 처녀시집을 발표하고 고 김춘수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시학’을 통해 문단에 데뷔한 박송죽 시인은 꾸준한 작품 발표와 강의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작가다. 새 시집 「그대 영혼에 꽃불을 지피며」는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과 교감을 이루려는 뜨거운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시인은 서문을 통해 “내 시의 태반은 우주의 무게를 지닌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출발하는 모성적인 뿌리이고 싶다”고 밝힌다.
이는 시인이 추구하는 문학이 피를 나눈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같음을 전제한다.
또 시인은 “절망과 시련 속에서도 인내로 한 생애를 꽃불처럼 지피며 독자와 교감할 수 있는 뜨거운 가슴으로 그분께 봉헌되는 눈뜨는 세상의 아름다움이고 싶다”고 말한다.
“십자가에서 나를 내어주는 주님의 사랑으로 문학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삶으로 드러나는 하나의 기도이고 찬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송죽 시인의 문학적 경향이 처음부터 신앙 고찰에 중심을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인은 “문단 데뷔 초기에는 초현실적인 실험의식의 시를 추구했으며 주일을 겨우 지키는 선데이 신자였다”고 고백한다.
시인에게 가장 큰 시련이며 축복이라고 밝히는 사건은 다름 아닌 교통사고였다.
“비록 가사현상이기는 하지만 교통사고로 죽음을 경험했고 병원에서는 머리를 많이 다쳐 뇌수술을 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수술을 거부한 저는 그때부터 아픈 몸을 이끌고 매일 새벽미사에 참례하면서, 제 자신이 영적 장애인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통회의 눈물을 뜨겁게 많이 흘렸습니다.”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쓴 시집 「눈 뜨는 영혼의 새벽」이 1986년 성바오로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이후 박 시인은 일반시가 아닌 종교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박송죽 시인은 이번 시집 출간과 함께 「생명의 원천 그 절대적인 사랑」이란 칼럼집을 발표했다. 작은 소책자 형태로 짧은 문장과 간결한 표현을 통해 수많은 묵상거리들을 제시하고 있다.
시인은 “신앙은 지식이 아니라 생명에로 나아가는 구원의 길”이라며 “매일매일 말씀과 함께 묵상한 내적 성찰을 일기처럼 메모한 글을 한자리에 모았다”고 설명한다.
“저에게 탈렌트가 있다면 주님을 찬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버리고 순수한 모습으로 그분께 돌아갈 그날까지 주어진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