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 좋~은 신부네.’
만나는 사람마다 툭툭 내뱉는 말이라고 한다. 해마다 고가의 유람선 여행을 하는 외양을 보면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미국 해양사목부 유람선 지도신부로 활동 중인 정광영 신부(73)는 “은퇴 후 조용한 은수자의 삶을 꿈꾸었는데 하느님께서는 또 다른 삶을 저에게 허락하셨다”며 최근 사목활동기를 담은 책자를 소개했다.
이번에 새로 낸 저서 ‘알래스카에서 만난 하느님(Prayer in Alaska)’〈304쪽/1만5000원/도서출판 다밋〉은 두 번째로 펴낸 유람선 지도 신부 체험기다.
지난해 미국과 멕시코,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 항구도시들을 속속들이 들여다본 책자를 펴낸데 이어, 이번에는 네 차례에 걸친 알래스카 유람선 사목 체험담을 책으로 엮었다.
웅장한 산야와 거대한 빙산, 청정바다 등의 자연경관을 통해 하느님 창조 신비를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특히 여행객들과의 만남과 상담, 전례 등의 체험담을 생생하게 실어 더욱 관심을 모은다.
유람선 지도 신부(Cruise Ship Priest Apostleship of the sea of the U.S.A.). 우리에겐 좀 생소할 수 있는 사목활동이기도 하다. 선원들은 물론 유람선 승객 모두가 사목대상이라, 정 신부는 개신교 예배까지 주관하는 일도 종종 경험한다.
게다가 전 세계 여행객들이 모두 모여 있는 유람선 위에서는 종교적 논쟁도 심심찮게 벌어져 늘 중재에 나선다. 편안히 여행온 사람들이지만 의외로 개인상담도 매일같이 필요로 한다. 선원들의 내면을 돌보는 일도 중요한 일과다. 정 신부는 바로 이러한 시간들이 사람들에게 깃든 하느님을 만나는 때라고 말한다.
사실 정 신부도 은퇴 전까지는 해양사목에 관심이 없었다. 사제생활을 비롯해 인생 전반을 정리해보고자 하는 나름의 계획을 갖고 65세에 은퇴를 강행한 2003년, 한 친구 신부의 소개로 유람선 사목에 동참하게 됐다.
“여행을 통해 말로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형제자매임을 피부로 느낍니다. ‘인간애’를 함양할 수 있는 기회지요. 특히 배우는 마음으로 하는 여행은 인간을 이해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칠순을 훌쩍 넘긴 노 사제는 “평생 하느님 눈치를 보며 사는 삶”을 산다고 웃음 지으며 “무엇보다 여행을 하면서 관념적인 하느님이 늘 내 곁에 있는 친구로 다가옴을 수차례 체험해왔다”며 앞으로도 대중들과 여행체험을 나누는 소명에 충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신부의 체험기는 40여 년을 넘게 써온 일기를 바탕으로 구성돼 그 어떤 글보다 사실적이고 생생한 표현들을 담고 있다. 그동안 펴낸 체험기들은 조만간 영문판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1971년 대구대교구에서 사제품을 받고 본당 주임 등으로 활동하던 정 신부는 유학과 교포사목 등을 거쳐 198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대교구에 입적했다. 은퇴 후 2004년부터 정식 유람선 지도 신부로 사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