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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가 가장 힘이 들 때는 언제일까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여러 교우들과 단체들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아닌가 싶다.
각 단체와 개인별로 개성이 다르고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에 어느 한 쪽 편만 들 수 없어 더욱 힘이 든다. 그럴 때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좋을까? 술? 운동? 그것도 아니면 잡기들?
이런 것들이 필요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꾸 이런 데 매이다 보니 남는 것은 허전함이요, 또 망가진 몸뚱이 뿐이었다.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무엇인가 돌파구를 찾아다니다가, 한 선배 신부님 권유로 사제들끼리 성경공부하는 모임(일명 성사모=성경을 사랑하는 사제들 모임)과 포콜라레 생활말씀 모임에 함께 하게 됐다.
월 1회 주제를 갖고 각자 성경공부를 해온 것을 나누고 연구함으로써 말씀의 오묘함에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를 통해 사제가 말씀을 묵상하고 생활해야만 신자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물론 사정에 의해 제대로 준비를 못한 상태로 참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자체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며 사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공부를 하다보면 내가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진리를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고, 동료 사제들이 열심히 공부해온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나 역시 열심히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즉,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자극함으로써 모임이 더 풍성해 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포콜라레 생활말씀 모임은 말 그대로 한 달 동안 그 달의 말씀을 갖고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나누는 아주 뜻깊은 시간이다. 이 모임을 통해서도 힘들 때마다 많은 위로와 힘을 얻는다.
사제들의 어려움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역시 사제들이다. 이 모임에 빠지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것은 바로 사제들 마음을 사제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동료가 있어서 행복하고, 나 또한 동료 이야기에 함께 웃고, 울며 공감해 줄 수 있어서 행복하고…. "사제는 사제를 필요로 한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구나 라고 생각한다.
사제들이 어려움에 닥칠 때마다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고 그 안에서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왜냐면 사제가 행복하지 않으면 신자들도 행복할 수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