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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을 만나기전부터 사랑했습니다."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로 1893년 사제품을 받은 후 곧바로 한국에 와서 51년 동안 감곡본당에서 사목했던 임 가밀로 신부님 말씀이다. 신부님의 큰 사랑이 담겨있는 이 말씀은 나에게 북한 선교의 소망을 키워갈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지난 2005년 평양에 갔는데 수녀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던 북한 `안내원 선생`들이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수녀들 삶을 신기하게만 느꼈던 그들은 `수녀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듣고도 `그러면 나그네(남편)는 무슨 일을 하느냐?`는 어이없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들과 좀 더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깝기만 했다.
나는 언젠가 북한 어느 작은 본당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은 꿈이 있다. 때가 되면 그들과 하느님에 대해 많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믿으며 그 꿈을 고이 간직하고 키워간다. 이를테면 새터민들에게 교리교육을 하면서 북한에서는 `구유`를 `구시`라고 하는 등 남북의 문화와 언어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들의 언어로 하느님을 전하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천신만고 끝에 남쪽으로 내려온 새터민들은 잠을 자다가도 개 짖는 소리가 들리거나 베란다 창문으로 지나가는 차량의 불빛이 들어올 때면 중국 공안들이 자신들을 잡으러 들이닥치던 때의 공포감으로 밤잠을 설치곤 한다. 또 혹시라도 자신이 탈북한 것으로 인해 북에 남은 가족들이 고통을 겪을 것을 마음 아파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새터민들의 고단한 삶은 탈북과정에서 겪은 죽음의 공포와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그늘져 있다.
새터민들이 목숨을 건 탈북 과정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체험한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인간 능력이 미칠 수 없는 그곳에 이미 하느님께서 조용히 그리고 깊이 스며들어 활동하고 계심을 엿볼 수 있다.
새터민지원센터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새터민들이 찾아온다. 때로는 탈북과정에서 중국 남자에게 팔려갔다 강제로 불임수술을 받은 새터민 여성이 복원수술을 받아 아이를 낳고 다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거나 남편 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녀들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새터민들을 위한 지원 활동은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새터민들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차원일 뿐 아니라 동시에 새터민들에게 하느님의 큰 사랑을 전하고 천주교를 알리는 첫걸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