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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왠지 모를 설렘에 밤잠을 설치던 어린시절이 생각나고, 보물찾기를 했던 기억, 맛있는 도시락을 먹던 기억이 떠올라 살며시 미소짓게 된다. 그러나 어린이집 소풍은 늘 많은 걱정을 동반하기에 즐거움이 아닌 치러내야 할 일이 되고 만다.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경주에 봄 소풍을 다녀왔다. 며칠 전부터 짝꿍 손잡고 줄을 서서 걷는 연습을 했는데 야외로 나가면 아이들은 신기한 것이 많아 앞으로 걷지 않고 옆으로 걷는 게로 변신한다. 그래도 연습한 보람이 있어 짝꿍 손을 꼭 잡고 다니는 것이 정말 고맙고 기특했다.
소풍 갈때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이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문제였다. 그래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우리끼리 걸어 다닐 때 한 눈에 들어오던 아이들이 인파에 묻혀 한 아이라도 보이지 않으면 정말 불안하다.
다섯 살만 돼도 교사 말을 하늘처럼 여기고 따르지만 네 살 아이들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고 누가 조금만 관심을 보이고 잘해주면 졸졸 따라가기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그리고 아이들은 얼마나 동작이 빠른지 마치 축지법을 쓰는 홍길동 같다.
치매어르신들과 함께 소풍을 갔을 때도 그랬다. 어린이집으로 소임을 받기 전에 3년 동안 치매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했는데 그때도 소풍은 온전한 즐거움이 될 수 없었다. 봉사자들과 함께 일대일로 어르신들을 돌보면서 다녀도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어르신들 때문에 귀가할 때까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옛말에 나이가 들면 어린애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치매어르신들과 아이들은 닮은 것이 많다. 무엇보다 큰 욕심없이 단순한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치매 어르신들과 나들이를 다녀와서 "어르신, 오늘 구경 많이 하셨어요?"하고 물으면 너무도 태연하게 "오늘 아무데도 안 갔어"하고 말씀하신다. 꽃구경 가서 매우 좋아하시던 모습이 눈에 생생한데 말이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어르신 말만 믿고 정말 다녀오지 않았냐고 묻는 전화가 오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귀가하는 차량에서 오늘 뭐가 제일 재미있었냐고 묻자 네 살 아이들은 말똥말똥 쳐다보기만 하고 여섯 살 아이들은 밥 먹었던 것이 제일 좋았다고 답한다.
그러나 나는 보았다. 경주에 내리자마자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수녀님, 눈이 내려요"하며 환히 웃던 그 얼굴을, 벚꽃이 만발한 가로수 아래서 떨어진 벚꽃잎을 주워 보겠다고 쪼그리고 앉아서 몰입하던 그 얼굴을, 잔디밭에서 까르르 웃으며 뒹굴던 그 얼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