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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610) 6000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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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개갑장터순교성지 외부 정지 작업을 위해 수도원 형제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흘 동안 4명의 형제들이 와서 그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공소에서 사흘을 지내는 동안, 잠자리도 불편하고 세면이나 샤워도 야외 화장실이나 외부 주방에서 해야 할 환경이었지만 형제들은 불평 없이 지내주었습니다. 일을 다 마치고 마지막 날 점심은 외부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나와 함께 사는 신부님, 그리고 4명의 형제들은 함께 나갔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고생한 형제들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었지만, 형제들은 우리의 사정을 알고 아무거나 먹어도 된다고 하기에 6000원짜리 가정용 백반 집을 찾아갔습니다.

성지에서 차량으로 5분 정도를 가면 ‘00네 집’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한 끼 식사비가 6000원인데 반찬은 30가지가 나옵니다. 그래서 농사나 혹은 공사를 하는 분들이 한 끼 식사를 위해 그 식당을 많이 이용합니다. 12시 즈음 식당에 가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식사하러 오고, 대부분은 10~15분 만에 식사를 마치고 갑니다. 이에 우리는 바쁜 시간을 피해 오후 1시 정도에 식당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예상대로라면 한가해야 하는데 아직도 많은 손님들이 북적대며 식사하고 있었습니다. 식당 주인은 바쁘게 움직이면서 부족한 밥이랑 반찬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선 우리는 선불인 식당의 주인에게 5만 원짜리 지폐를 주면서 말했습니다.

“6명이요.”

그러자 주인은 반가운 표정으로 잔돈을 거슬러 주었습니다. 우리 형제들은 가격 대비 엄청난 종류의 반찬을 보고 좋아라하며, 접시에 산더미 같은 양의 식사를 펐습니다. 그렇게 음식 담은 접시를 들고 여섯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가까스로 확보했습니다. 그런 다음 나는 거스름돈을 확인한 후 지갑에 넣으려는데, 1만4000원이 아니라 2만원이 있었습니다. 이런….

순간, 6000원이라는 공돈이 생긴 듯하였습니다. 부끄럽게 시리, 주인에게 곧바로 6000원을 돌려 드릴 생각을 못하고 도깨비에 홀린 듯…. 암튼 허기진 배를 채웠더니 정신이 돌아오면서 양심도 돌아왔습니다. ‘식당에서 나갈 때 6000원을 돌려 드려야지.’ 그런데 이상한 생각들이 내 양심에 기웃기웃 거렸습니다. ‘오늘은 손님이 많아서 주인이 돈을 많이 번 것 같은데 6000원쯤이야. 형제들과 편의점 가서 1000원짜리 음료수 6개 사먹으면 큰 기쁨이 되지 않을까? 거스름돈을 잘못 받았으면 처음부터 잘못 받았다고 말을 했어야지, 이제 와서 돈을 돌려 드린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냥 모른 체하고 쓰지 뭐, 겨우 6000원인데.’

온갖 타당한 듯 보이는 이유들이 나의 양심을 가라앉히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위가 더부룩해지면서 마치 체한 듯 느껴졌습니다. ‘허허, 살다 보니 별별 생각이 다 드네.’ 그리고 식사 중인 형제들을 뒤로하고, 벌떡 일어나 주인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사장님, 좀 전에 음식 값 계산하면서 저에게 6000원을 더 주셨어요.”

그러자 사장님은 오히려 바빠서 계산을 잘못 해드렸다며, 감사의 인사와 함께 6000원을 받으셨습니다. 정신없는 식당에서 나도 정신이 없다 보니, 양심 또한 희미해질 뻔했습니다. 또한 ‘합리적’이라는 탈을 쓴 늑대 같은 비양심적 생각이 내 안에 있다는 사실도 놀랐지만, 6000원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나를 속일 뻔했습니다.

사는 동안 건강한 양심을 가질수록 ‘합리화’, ‘타당화’ 등이 우리를 끊임없이 유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마 6000원에 양심을 팔까 싶겠지만, ‘합리와’와 ‘타당화’는 0.000원에도 양심을 팔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나도 깜짝 놀란…. 6000원 사건의 전말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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