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47. 성품성사③ 부제는 사제가 기도와 말씀 봉사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성품성사로 축성되는 소위 ‘성직자’는 교회 내에서 세 품계를 가집니다. 「교회 헌장」은 “하느님께서 제정하신 교회 직무는 이미 옛날부터 주교, 사제, 부제”(1554)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제(司祭)라는 용어는 주교와 신부만을 가리키며, 부제는 해당되지 않습니다.”(1554) 하지만 부제라고 하더라도 성품성사를 받기 때문에 성직자로서의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인호’가 새겨집니다.(1570 참조)

우리는 이 시점에서 왜 교회가 부제라는 새로운 품계를 만들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교는 보통 예수님의 열두 사도를 말하고,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라고 파견하신 칠십 명의 제자가 현재의 사제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부제만은 예수님께서 직접 세우신 품계가 아닙니다. 초대교회 때 사제들의 본질적인 직무에 충실하게 하려고 교회가 새롭게 만든 직무입니다.

초대교회 때는 모든 것을 공동소유하고 각자 필요한 양식을 사제들이 배분해주는 대로 받아서 생활하였습니다. 그 무렵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자 그리스계 유다인들이 히브리계 유다인들에게 불평을 터뜨립니다. 그리스계 과부들이 배급을 받을 때 유다계 과부들보다 홀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도들이 이런 세세한 면까지 다 신경 쓸 수 없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열두 사도는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 식탁 봉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에서 평판이 좋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찾아내십시오. 그들에게 이 직무를 맡기고, 우리는 기도와 말씀 봉사에만 전념하겠습니다.”(사도 6,2-4)라고 말합니다. 이 말에 그들은 일곱 봉사자를 뽑았고 사도들은 그들에게 안수하여 새로운 품계가 생겨났습니다. 우리는 이 일곱 봉사자를 부제의 시초라 보고 있습니다. 부제라는 말 자체가 라틴어 ‘봉사자’(diaconus)에서 나왔습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 봉사자들(부제들)이 나옵니다. 바로 성모님께서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라고 명하신 일꾼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채워라’ 하고 말씀”(요한 2,7)하신, 바로 그 일꾼들이 희랍어로 ‘봉사자’(diaconos)입니다. 그들이 물이 포도주로 변하게 만드는 기적을 일으킨 당사자는 아니지만, 식탁의 봉사자로서 그러한 기적을 도와준 협조자들입니다. 성모 마리아가 주교와 사제의 품계를 상징한다면, 여기의 일꾼들, 즉 봉사자들이 부제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제들은 사제들과 마찬가지로 분명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살과 피로 변하는 직무에 협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성변화의 주체로서 그리스도의 대리자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제의 직무를 보조해주는 성직자입니다. 이들은 “성찬례 거행 때에 주교와 사제를 보좌하고, 성체를 분배하고, 혼인을 주례하여 축복해 주고, 복음을 선포하고, 강론을 하며, 장례식을 거행하고, 여러 가지 자선 사업에 헌신”(1570)합니다. 사제가 하는 성사 집행은 할 수 없지만, 성사 집행을 보조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제품을 받기 전 단계가 부제로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 ‘종신 부제직’도 있습니다. 기혼 남자들도 주교의 재량에 따라 종신 부제로 축성될 수 있습니다.

부제의 하는 일을 마리아와 마르타로 비교해보자면 마르타와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리아는 기도의 모델이고 마르타는 봉사의 모델입니다. 물론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41-42)라고 말씀하셨지만, 마르타가 없었다면 마리아가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그렇게 편안하게 듣고 묵상하고 있지만은 못했을 것입니다.

부제들을 뽑을 때, 사도들도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 식탁 봉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라고 하며, “그들에게 이 직무를 맡기고, 우리는 기도와 말씀 봉사에만 전념하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즉, 제2차 바티칸공의회 때 부제직을 부활시킨 이유는 이때와 마찬가지로 사제들이 더욱 ‘기도와 말씀 봉사’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교회 내 부제의 존재는 사제들에게 ‘기도와 말씀 준비’를 위해서 시간을 먼저 할애하라는 주님의 목소리입니다. 그러니 부제들의 존재는 사제들이 항상 주님 발치에서 기도하고 말씀을 준비하는 본질적인 모습으로 돌아가도록 성직자들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1-12-0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11. 1

1베드 2장 19절
불의하게 고난을 겪으면서도, 하느님을 생각하는 양심 때문에 그 괴로움을 참아 내면 그것이 바로 은총입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