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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여성]가톨릭교회의 여성사제 논쟁 Ⅱ

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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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6년 10월 교황청은 「여성 교역사제직 불허 선언」을 통해 오랜 교회 전통, 열두사도가 남성이었다는 것, 그리고 남성만이 외적으로 예수를 자연적으로 합당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여성을 사제로 서품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여러 신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먼저 교회 역사에는 시대 상황에 따라 수없이 전통을 깨고 새로운 것을 시도했는데 굳이 남성 사제 전통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과거에 교회가 노예를 허용했고 이교도들을 죽이는 것을 격려했고, 유다인을 차별했지만 지금은 그런 규정들이 다 변한 것을 보면 전통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공복재처럼 과거에 엄격했던 전례 규정도 시대가 변하면서 완화된 것처럼 신앙 핵심이 아닌 전통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에 대한 교회 가르침과 전통과 그런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열두사도 직무가 꼭 사제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예수님이 남성만을 열두사도로 만들었다고 해서 교회가 여성을 사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보증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즉 남성만을 열두사도로 뽑은 것은 당시 남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 문화적 배경 때문이지 절대적 규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예수께서는 여성에게 그 당시 한계를 넘는 대우를 해주셨고 제자로 삼으셨다는 것과 초대교회에는 페베라는 여성부제와 예언하는 사람 등 여성지도자도 많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셋째로 남성뿐 아니라 여성 역시 예수와 근본적으로 닮았다는 것이다.

 즉 인간으로서 구원의 은총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여성은 예수와 닮은 것이며, 단지 육체적, 성적으로 닮은 것이 핵심이 아니라는 논리다. 성자께서 인간을 구원하러 인간으로 오신 것이 중요한 것이며, 남성만을 구원하러 온 것이 아니므로 남성성만이 아닌 인성이 예수님을 대표하는 본질이라는 것이다. 또한 사제가 외적으로 예수님을 닮아야 한다면 예수님이 유다인이라고 해서 유다인만을 사제로 서품해야 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처럼 많은 신학자들이 여성사제를 금지하는 1976년 교황청 선언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고, 그 선언에 대한 반발로 1978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린 `여성사제 서품회의`에 무려 2000여명의 진보적 가톨릭 여성들이 참여해서 여성사제직 허용을 촉구했다.  

 이후 미국의 진보적 가톨릭 여성들은 `여성교회`(Women-Church) 운동을 벌이면서 교도권의 지도를 벗어나는 독자적 구조의 교회 모델을 만들려는 실험을 벌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주교들은 1980년대부터 9년 동안 수십만명의 여성 신자들 의견을 듣고 여성문제에 대한 사목교서를 준비했다. 하지만 초안이 너무 진보적이라고 교황청에서 반대하는 바람에 네차례 수정을 거치면서 문서 내용이 보수화하다가 결국 공식적으로 채택하지 못했다.

 한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4년 11월에 발표한 사목교서를 통해 예수님은 남성만을 사도로 임명했기에 교회는 여성을 사제로 서품할 권리가 없으며, 이는 모든 신자들이 결정적으로 지니고 있는 신념이어서 여성사제 문제를 더 이상 논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여성사제직을 찬성하는 이들은 남성만의 사제서품이 "모든 신자들이 지니고 있는 신념"이 아니며 여성사제직을 청하는 백성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논의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이후 여성사제를 찬성하는 비율이 높아 가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 교회에서는 얼마나 그리고 왜 여성사제 지지율이 늘어 가는가?  한국의 경우 가톨릭 신자들은 얼마나 여성사제를 찬성하는가?  다음 호에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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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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