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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여성] 가톨릭교회의 여성사제 논쟁 Ⅲ

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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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미국 가톨릭 신자들의 여성 사제 찬성 비율은 1974년 29, 1979년 40, 1985년 50, 1993년 64로 계속 증가했다. 미국교회에서 여성사제 찬성 비율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갈수록 남녀평등 의식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사제성소 감소로 평신도 여성이 사목직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사제성소가 급격히 줄어 1966년 2만6200명이던 교구 신학생이 1972년 1만3600명으로 절반이 줄었다. 사제성소가 감소하면서 미국 사제들의 평균 연령은 계속 높아져 1999년엔 교구 사제 평균 연령이 57살, 수도 사제는 63살이였다. 보스턴, 뉴욕, 시카고와 같은 대교구에도 매년 10명 이내 새 사제만을 배출하는 현실이다.  

 2000년대 초에는 거의 2500개(약 13) 본당에 상주 사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사제 부족으로 많은 교구들이 주일 미사 댓수를 줄이거나 본당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사제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혼사제나 여성사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미국 교회는 이미 1980년대 이후 많은 교구가 재정 담당자 등 교구 주요 직책을 여성들에게 허용했다. 1990년께 본당과 교구에서 각종 직책을 맡은 평신도 3만여명의 대다수도 여성이었다. 더구나 여성이 주교 임명을 받고 상주 신부가 없는 본당에서 본당을 운영하는 곳도 생겨났다.

 1990년에 발간된 공식 가톨릭 주소록에 의하면 1989년 당시 미국 1만9069개 본당 중 사제가 아닌 사목자에 의해 운영되는 곳이 210개 본당으로 이 중 129개 본당을 수녀들이 맡아서 운영하고 있었다. 1999년 미국 평신도에게 여성 봉사자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1가 여성 독서자, 76가 여성 성찬봉사자를 선호했고, 66는 여성부제를, 절반 이상은 여성사제를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1995년 한국에서는 전국 가톨릭 여성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5가 여성 사제를 찬성했고 22.1가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으며, 40.2는 반대했다. 1998년 실시된 여성수도자들의 의식과 실태조사에서는 찬성이 35.7, 시기상조가 27.3, 반대가 23.5, 잘 모름이 13.5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아직 여성사제를 찬성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  필자가 2002년에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진보적 가톨릭 여성단체 회원들조차도 여성의 사제서품에 대해서는 아직 시기상조라거나 반대하는 의견이 높다. 그 이유는 여성들 스스로가 오랜 유교적 가부장제로 인해 지도자로서 자신감과 자긍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여성사제를 서품하는 것보다 여성의 의식 변화를 위한 교육이 더 먼저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비록 1960년대 이래 여성운동과 사제 부족 등의 영향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가톨릭교회에서 여성의 사제서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초대 교회부터 내려온 여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 가부장적 문화, 남성만의 사제 서품 전통 등이 매우 강하기에 가톨릭교회가 정서적, 문화적으로 여성사제직을 수용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남성만의 영역이라고 믿어왔던 곳에 여성들이 참여하며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고 있듯이, 그리고 교회가 과거부터 성령의 인도로 계속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왔듯이, 가톨릭교회에서도 언젠가 여성사제직이 수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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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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