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내려온다, 범 내려온다!”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고 벙거지를 쓴 춤꾼들이 빠른 박자로 춤을 춥니다. 전통 판소리를 변형시킨 노래로 요즘 말로 더 이상 ‘힙’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전통을 창조적으로 변형하는 예인들의 모습입니다. “전통이 전통이 된 것은 당대에 뜨거운 호응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통을 이어받으려는 사람들은 과거의 형식에 매이기보다 지금 여기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호응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의 변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도 전통은 귀중하지요. 성전(聖傳)을 뜻하는 라틴말 ‘트라디시오’(Traditio)는 본래 로마법의 용어인데, 가령 누가 밭을 샀다고 하면 그 밭의 땅을 한 줌 전달하거나 집을 샀을 때 그 집의 열쇠를 전달하는 것을 가리켰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이 2000년의 세월을 넘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은 귀한 신앙의 전통을 전달하고 전수해온 역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범 내려온다”를 만드는 예술가들처럼 신앙의 핵심을 가지고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이 있어야겠지요. 예수님의 복음이 그 시대 사람들의 영혼과 삶을 흔들고 그렇게 역사 속에 살아 있는 전통이 되었다면 지금 그 기쁜 소식을 우리 시대 사람들의 영혼과 삶 속에 살아 있도록 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으니까요.
10여 년간 출판사 편집실에서 일하다가 북카페로 나와 한숨 돌리면서 묵혀두었던 단행본 원고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죽음과 부활, 파스카에 대한 단행본인데 우리 신앙의 핵심이라 할 파스카 이야기를 어떻게해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에 이단들이 퍼져가고 있는 것은 어쩌면 교회가 사람들의 근본적인 물음에 제대로 답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파스카는 ‘건너감’(passover)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하지요. 우리 시대 사람들에게 고통과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그 죽음을 넘어 부활로 건너가는 길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