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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주님 업적으로 세상이 당신 조물로 가득합니다(김사욱 시몬, 「기후위기와 생태영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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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업적으로 세상이 당신의 조물로 가득합니다.(시편 104,24-25 참조) “세상이 창조된 때부터,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본성 곧 그분의 영원한 힘과 신성을 조물을 통하여 알아보고 깨달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로마 1,20) 시편과 바오로 사도의 로마서 말씀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과 그 세상의 모든 피조물 안에 계시는 하느님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생명에는 하느님의 본성이 깃들어 있으므로 소중히 여겨야 하고 이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벼농사를 지으며 벼가 자라는 모습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제인 구달은 그의 저서 「희망의 자연」에서 다양한 생명들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거미줄’로 표현했다. 무농약 농사를 짓고 있어서 거미줄은 익숙하다. 고추밭에는 해마다 많은 무당거미들이 거미줄을 치고 나방과 노린재 등 해충들을 사냥한다. 농부의 수고를 대신해 해충을 잡아먹으니 고맙지만, 고추밭 사이 거미줄이 끊어지지 않게 다니려면 고개를 숙여야 해서 불편하다. 그래도 그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한다. 거미줄은 방탄복에 이용되는 케블라 섬유의 강도와 탄성을 가지고 있다. 거미줄은 생태계의 먹이사슬과 같이 정교하게 연결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거미줄의 특성을 이용하여 다양한 최첨단 신소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거미줄은 2~3개가 끊어져도 유지가 되지만, 그 이상의 줄이 끊어지면 거미줄의 역할을 못 하게 된다. 생태계 역시 마찬가지다.

생태계는 먹이사슬과 같은 철저한 상호 의존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의존 관계는 생물의 다양성으로 인해 정교하게 유지된다. 생물 다양성에는 동·식물을 비롯하여 조류와 어류, 미생물까지 포함된다.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대략 3000만 종에 달할 것으로 추측한다. 그 가운데 바닷속 산호초 군락은, 스쿠버 다이버에게는 아름다운 경관이지만, 바다 생태계에서는 아주 중요한 축이다.

어류에게 산호초는 산란과 번식을 할 수 있는 천혜의 장소다. 식물처럼 보이는 산호는 동물이다. 말미잘과 같은 종류로, 촉수로 동물성 플랑크톤 등을 먹이로 한다. 산호에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공생하여 광합성을 통해 대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 산호가 모여 이룬 산호초에는 해양 생물의 25가 의지하며 살아간다. 바다 온도의 상승과 산성화로 인해 산호가 소멸되면서 알래스카 남부해안에서는 1억 마리 이상의 대구가 폐사했다. 호주와 우리나라 근해의 산호초 군락도 점차 사라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미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생물다양성협약」 채택을 시작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생물종 멸종에 대비하며 유전자원의 보전을 위해 각국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간과 직접적 연결고리가 없는 생물종이 이렇듯 인간에게 도움을 주지만, 인간은 그에 무관심하다. 한의학에서도 사상자, 가시연, 창산, 취석곡 등 잘 알지 못하는 다양한 약초들이 약제로 사용된다. 생물 다양성은 다양한 생물의 유전자원을 이용하여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에도 기여한다. 암 치료에 사용하는 파클리탁셀과 유사한 성분을 방선균에서 추출하여 암치료제에 사용한다. 생물종이 다양할수록 생태계 균형이 정교하게 이루어져 질병에 대한 방어력이 생긴다. 또한 먹을거리의 다양한 식재료를 생산하여 에너지로 돌아오고 우리가 숨 쉬는 데 필요한 산소와 마실 수 있는 청정한 물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다양한 피조물로 세상을 가득 채워 주시고, 피조물을 통해서 우리를 보호해주시니 하느님을 찬미하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김사욱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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