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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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도 막힌 ''평화의 길''…DMZ 재개방 놓고 통일부·유엔사 갈등

DMZ법 추진에 유엔사 "정접협정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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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1일 DMZ 평화의 길 강원 고성 구간을 방문했다. 통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비무장지대(DMZ) 내부 구간을 다시 열어서 '평화의 길'의 모습을 되찾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둘러싼 통일부와 유엔군사령부(유엔사)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 21일 'DMZ 평화의 길' 강원 고성 구간과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 등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은 "이재명 정부의 선제적 신뢰 회복 조치 차원에서 DMZ 내부 구간을 다시 열어서 평화의 길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같은 날 유엔사는 "DMZ는 70년 넘게 정전협정에 따라 관리 돼왔다"며 "DMZ 출입 정책과 절차에 변동이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DMZ 평화의 길은 2019년 일반에 개방된 걷기·탐방 코스다. 전체 11개 구간 중 파주·철원·고성 3개 구간은 안보상황을 이유로 2024년 4월부터 출입이 중단된 상태다. 

통일부와 정 장관은 DMZ 재개방 입장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해 12월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DMZ 관련 법제 정비를 통해 평화·생태·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한 비군사적 협력 공간을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후보자 시절부터 DMZ 재개방 입장을 강조해 왔다. 그는 2024년 7월 14일 인사청문회에서 "대한민국 영토인 DMZ를 유엔사의 허락을 받고 비군사적 평화적 이용에 관해서 제재를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국회가 열겠다는 DMZ, 유엔사가 막는 이유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대표가 2025년 1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유엔사의 DMZ 출입통제 및 DMZ법 반대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DMZ 평화적 이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DMZ법'을 발의한 상태다. 이 법안은 관광·생태계 보전 등 비군사적·평화적 목적의 경우에는 한국 정부가 민간인 등에게 DMZ 출입을 허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재강·한정애 의원 등이 각각 발의한 DMZ법은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유엔사는 여당이 추진 중인 DMZ법이 정전협정과 상충된다며 이례적으로 공개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유엔사는 28일 서울 용산구 옛 주한미군 기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민국이 DMZ 출입 승인 권한을 갖는 것은 정전협정에 정면 충돌하는 것으로 유엔군사령관 권한을 과도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사가 근거로 두는 정전협정 1조 9항에는 "민간 행정 및 구호 활동 관련 인원과 군사정전위원회가 명시적으로 허가한 인원을 제외하고 그 어떠한 군인과 민간인도 DMZ에 들어갈 수 없다"고 쓰여있다. 

그러나 정전협정을 두고도 해석은 엇갈린다. 정 장관은 같은 날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DMZ법이 정전협정과 상충된다는 것은 유엔사의 입장이고, 국회가 법을 제정하는 것은 국회 입법부의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9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DMZ법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유엔사와 사전협의 절차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정전협정과 전혀 상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며, 이러한 입장에서 국회에서 논의중인 DMZ 관련 법 제정 논의에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성직자들도 찾았던 DMZ…서울 세계청년대회 땐 열릴까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갤러거 대주교가 2018년 7월 5일 오두산 통일 전망대를 방문해 임진강 너머 북녘땅을 바라보고 있다. 주교회의 미디어부 제공

DMZ 3개 구간 중 파주 구간은 천주교 고위 인사들이 자주 방문해온 곳이기도 하다. 2018년 방한한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는 DMZ와 판문점, 신축 중이던 JSA 성당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방문에는 당시 주한 교황대사였던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와 염수정 추기경, 김희중 대주교, 유수일 주교 등이 동행했다. 이밖에도 한반도평화나눔포럼 참석 차 한국을 찾은 성직자들은 관례처럼 판문점을 찾아 한반도 분단의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DMZ는 일반 신자들에게도 익숙한 장소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매년 진행하고 있는 DMZ 청년평화순례 '세계 평화의 바람'은 2012년부터 DMZ 일대를 걸으며 묵상하는 프로그램을 이어왔다. 2024년까지 파주, 강화, 연천, 철원 지역을 순례했는데, 지난해부터는 일부 구간이 변경 돼 순례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DMZ 방문을 추진했으나 유엔사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때도 유엔사는 유 추기경 측 출입신청 불허 사유에 대해 "공동경비구역(JSA) 현장 접근에 대한 기존 프로토콜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사는 JSA에 출입하는 모든 개인의 안전과 보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가장 중대하게 수행하는 의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천주교회 안에서는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정수용 신부는 "DMZ는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맞닿은 공간이지만, 더 많은 사람이 찾을수록 그 경계는 허물어질 수 있다"며 "접경지역을 보다 쉽게 오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분단의 아픔을 이해하고 평화에 다가갈 수 있는 창의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천주교회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교황 방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교황이 접경지역을 방문할지도 전망되고 있다. 

유흥식 추기경은 2025년 7월 이재명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교황께서)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위해 한국에 오시는 길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도 한번 들러보시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교황 방북에 대한 기대를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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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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