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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나의 절친, 콜베 신부님

김성태 신부 (대전교구 솔뫼성지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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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태 신부



나는 진작부터 콜베 성인을 알고 있었다. 우리 세기의 교우들치고 그분을 모르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대충 헤아려 봐도 그동안 성인에 관한 강론을 열 번도 넘게 한 것 같다. 악명 높다는 아우슈비츠에서 그가 보여준 희생이야말로 복음의 재현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이야기는 언제나 강한 감동을 준다. 설명을 덧붙이는 게 오히려 구차할 정도로 사실 그대로가 복음이고 강론 같다. 그만큼 강론하기도 쉬웠다.

그러잖아도 좋아하는 콜베 신부님을 일본 나가사키 오우라성당 앞에서 새삼스레 다시 만났다. 명함을 주고받으며 손인사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그 이상으로 친해지게 되었다. 그가 내게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조선의 그림엽서 몇 장을 보내드립니다.… 풍경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언제 이 매우 아름다운 나라를 다스리실 것이며, 거룩한 당신 아들의 나라를 세우실까요?”(‘콜베 신부가 바라본 조선 - 1930년 8월 31일 자 편지’, 「성모기사」 별책, 2018)

일행 한 분이 전해준 안내 책자에 동생 신부에게 보냈다는 편지가 실려 있었다. 조선에 대한 처음이자 마지막 인상이다. 인쇄된 글이 말처럼 들렸다. 그리고 그 말씀을 들은 다음부터 나에게 콜베 신부님은 더는 훌륭한 신부님이 아니라 절친한 신부님이 되어버렸다. 그것은 마치 내가 솔뫼로 이사 온 다음부터 김대건 신부님을 동네 형처럼 생각하는 불경스러움과 같은 맥락이라고나 할까.

짧은 말씀이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눈을 뗄 수 없이 ‘아름답다’는 외마디 감동은 우리 사이에 좁게나마 있던 간격을 지워버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땅에 대한 그의 시선이 나에 대한 관심처럼 느껴졌다. 이즈음 나는 콜베 신부님을 자주 부른다. 오늘 하늘이 유난히 맑은 것은 절친, 신부님의 미소와 같은 너그러운 응답임에 틀림이 없다.



김성태(대전교구 솔뫼성지 전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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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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