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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5 해방 당시 한국 천주교회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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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15일 일본 천황 히로히토의 무조건 항복선언으로 우리 민족은 36년간의 식민
통치에서 해방됐다. 하지만 조선 총독부는 항복문서에 조인하지 않은 채 계속 탄압을 가하 다 9월9일 미군 사령관 하지 중장이 서울에 입성하고 나서야 탄압의 칼을 거두었다.
1945년 8월15일부터 9월9일까지 25일간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1946 년 8월 경향잡지 복간호 기록을 토대로 그 역사의 현장으로 되돌아가 본다. 편집자

8월15일 성모승천대축일 아침. 서울 시내 곳곳에 금일 정오 중대방송. 국민 필청(必聽)
이라는 굵은 글씨의 벽보가 나붙었다. 전국의 본당에서는 대축일 미사와 성체 강복식을 이 른 아침에 벌써 거행했다.
정오가 되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는 히로히토 천황의 떨리는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흘러
나왔다. 방송이 끝나자 전주성당을 비롯해 종을 공출당하지 않은 성당에서는 일제히 경축과
환희의 종을 울렸다.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국민들의 손에는 일장기를 변조해 만든 태극기가 쥐 어져 있었다. 하지만 장호원성당 정문에는 구한말시대부터 쓰던 태극기가 게양돼 주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태극기는 프랑스인 부이용 주임신부가 고종에게 선물받은 것으로 합 일합방 때 제대 밑에 몰래 숨겨 두었다가 36년 만에 꺼내 내건 태극기다. 주민들은 “조선의
독립을 확신한 그는 진정 조선을 사랑한 신부”라며 격찬했다.
종소리를 듣고 성당으로 몰려온 신자들은 “이제는 하느님이 높으냐 천황이 높으냐는 일본
헌병의 질문 신사참배 강요 황군(皇軍)의 무운장구를 비는 미사 고해소에 형사가 입석하 는 일 그리고 신부가 공소를 방문할 때마다 순사에게 신고해야 하는 일이 없어지게 됐다” 고 기뻐했다.

명동성당(당시 종현성당)도 붕괴의 위험에서 극적으로 회생됐다. 일제가 성모병원(현 명동
가톨릭회관)쪽에서 명동성당으로 땅굴 공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전시총동원 정책의 일환 으로 시행된 명동성당 땅굴공사는 8 15해방과 동시에 중단됐다. 서울교구장 노기남 주교는 8월17일 조국 해방을 축하하는 교구장 메시지를 발표했다. 노
주교는 “새 정부가 들어서서 자리잡을 때까지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느님 께 간구하자”며 신자들에게 성령강림송 주모경 한국의 순교 복자에게 전구하는 기도를 매 일 바칠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학병으로 강제 징집됐던 한공렬 신부와 김수환(현 추기경) 등 동경유학 신학생 6명 과 징용으로 끌려갔던 박성춘 신부와 신학생 10명이 속속 귀국했다. 청진의 방 신부는 소련 군과 일본 패잔병 마적 등에게 고초를 겪으면서 귀국 길에 올라 간신히 덕원에 도착하기는
했으나 극심한 피로로 병을 얻어 사망했다.

한국 천주교회는 해방과 함께 일본군으로부터 강제 차용됐던 평강·양양·수원·영등포성당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 대구신학교 경주·부산성당 덕원신학교 등을 되찾았다. 특히 평 양 관후리 주교좌 성당은 일본군 곡사포 진지로 강제 차용된 후 헐려 교회를 되찾은 신자들 을 안타깝게 했다.
노기남 주교 등 교회 지도자들은 “해방과 독립 그리고 건국을 한국교회의 주보 성인인 성 모 마리아의 은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특별히 성모신심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교회 지도자들은 △1941년 12월8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에 조선
독립의 희망을 열어 준 태평양전쟁이 발발한 점 △1945년 8월15일 성모승천대축일에 해방된 점 △ 1945년 9월8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탄 축일에 미군이 조선에 진주하기 시작한 점 △이후
1948년 8월15일 성모승천대축일에 독립정부가 수립된 점 △1948년 12월8일 무염시태 축 일에 유엔이 한국의 독립을 승인한 점 등을 성모신심과 관련지어 강조했다. 【리길재 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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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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