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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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풍기는 새만금호 찾은 주교들 탄식

해창갯벌과 매립 위기 수라갯벌도 탐방...갯벌 복원·해수 유통 한마음으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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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단이 현지 활동가의 설명을 들으며 새만금 최후의 갯벌인 수라갯벌을 둘러보고 있다.


“맙소사! 물 색깔이 왜 저래?”

바닷물 유통이 안 돼 구정물처럼 갈색으로 변한 전북 새만금호를 보고 주교들이 내뱉은 탄식이다. 길이 33.9㎞의 ‘세계 최장’ 방조제 너머 푸른빛 바다와 달리, 호수에선 죽음의 기운과 퀴퀴한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주관한 4월 30일 주교 현장체험에서다.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아빠스를 비롯한 주교들은 이날 새만금 사업 구역을 찾았다. 2007년 「새만금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 이후 무분별한 개발 사업으로 자연과 생태계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파괴된 현장이다. 방조제 건설로 ‘썩은 물 호수’가 탄생했고, 광폭한 간척사업으로 무수한 갯벌 생물들이 사라진 상태다.

주교들은 무려 267만 평(약 884만㎡)이 ‘농업 용지’로 매립된 해창갯벌을 방문했다. 지난 여름, 파행적으로 진행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 부지로 쓰인 곳이다. 매립되지 않고 남은 갯벌 일부에는 개발로 억울하게 죽은 해양생물의 넋을 기리는 장승이 서 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천주교창조보전연대도 지난해 11월 이곳에 장승을 세웠다. 해창갯벌은 2003년 4대 종단 종교인들이 새만금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며 서울 청와대로 향하는 300㎞ 삼보일배를 시작한 장소이기도 하다.

주교단은 또 새만금 최후의 갯벌이자 연안습지인 수라갯벌도 탐방했다. 천연기념물 저어새를 비롯해 50종 이상의 멸종위기 보호종 등 수많은 생명이 사는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서천·고창갯벌과 같은 생태권역을 이뤄 보존가치도 크다.

그러나 현재 수라갯벌은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사업으로 매립 위기에 처한 상태다. 새만금 공항 건설은 B/C(비용 대비 편익)가 0.479로 경제성 판단 기준인 1.0을 크게 밑돈다. 그러나 2019년 국가 균형발전사업으로 선정돼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바로 옆에 위치한 군산공항도 2023년 한 해 여객 수로 국내 15개 공항 중 14위, 운항 편수로는 꼴찌를 기록했다.

주교들이 장화를 신고 갯벌에 들어서자 때마침 쇠제비갈매기가 화려한 비행 실력을 뽐내며 멋진 환영식을 선보였다. 갯벌에는 이런 물새들이 부리로 먹이활동을 한 흔적과 멧돼지·고라니·삵·너구리 등의 발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 생생한 증거를 보며 주교들은 생태계가 아직 살아있음을 실감했다. 그러면서 기후 위기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다양한 생물 종 서식지인 갯벌 복원과 해수 유통을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박현동 아빠스는 “무엇을 위한 개발인지 참 의구심이 든다”며 “조치가 잘 이뤄져 새만금 갯벌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갯벌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주교 현장 체험에는 조환길(대구대교구장) 대주교·권혁주(안동교구장)·조규만(원주교구장)·김선태(전주교구장)·김주영(춘천교구장)·이성효(수원교구 총대리) 주교가 참여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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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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