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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482) 나의 아버지,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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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청소년 사목을 하시는 신부님을 우연한 기회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첫인상이 밝았으며 대화 중에도 유쾌함 가운데 말씀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하시는 바람에, 나는 속으로 ‘저 신부님은 청소년 사목에 정말 적격자시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듣는 도중에 내가 말했습니다.

“신부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같은 사제이지만, 신부님 말씀을 듣고 있으면 제 마음이 너무나 평화로워지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신부님은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힘이 있네요!”

그러자 그 신부님은 정색을 하며,

“아닙니다. 신부님이 잘 들어 주시니 제 말만 많이 한 것 같네요.”

“아이고, 왜 이러십니까? 자신의 경험을 이리 잘 식별하게 말씀하시니 그저 고개가 숙여질 뿐입니다.”

“음, 신부님, 제가 얼마나 모자란 사람인지…. 전에 제가 맡은 청소년 예비신자 교리반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하나 해 드릴게요. 신부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있는 공동체는 우리나라 비행 청소년들 중 소년원에 가기 직전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 마지막 생활 개선의 기회가 주어지는 곳이에요. 제가 이 공동체에 살면서 청소년들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매 순간 ‘혹시나 어떤 사고라도 일어나면 어떡할까!’ 하는 생각에 늘 불안과 초조함 속에 살고 있답니다. 그런 공동체 안에서 청소년들에게 신앙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가톨릭 기관이다 보니 정서 순화 차원에서 교리반을 운영합니다. 또한 교리반의 기능은 여기 청소년들이 더 깊은 비행의 길로 들어가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차원에서 신앙 갖도록 주선을 합니다. 하지만 대인 관계에 마음이 닫힌 이곳 청소년들에게 하느님 이야기를 하는 것에 무척 신경이 쓰입니다. 그러다 보니 ‘교리반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어떻게 전해줄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하기도 하고요.

예전에 있었던 일인데, 교리반을 개설한지 아마 몇 주 안 되었을 때입니다. 그날은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날이었어요. 저는 그날 하느님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경험들을 통해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통해 하느님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저 또한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깊고 넓은 사랑 때문에 이 길을 걸었기에,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경험들을 나누며 교리를 하는데, 갑자기 학생 하나가, ‘에이 씨…’ 하면서 교리실 밖으로 나가버리는 거예요.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고, 교리반 다른 학생들에게 잠시 기다리라 말한 후, 그 아이를 찾으러 교리실 밖을 나왔지요. 사실 그 학생뿐 아니라 이곳 학생들은 다 알아요. 지금 생활하는 이곳이 소년원으로 가기 직전의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그 학생 또한 막상 교리실 밖을 뛰쳐나왔지만, 멀리 가지도 못했죠. 그저 혼자 ‘씩- 씩-’ 거리고만 있었고. 그래서 제가 그 학생을 조용히 달랬죠! 그리고 혹시 오늘 무슨 문제가 있었냐고! 그러자 조금의 시간이 흐르더니 그 학생은 내게, ‘신부님은 어릴 때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죽도록 맞아 본 적 있나요? 그리고 심지어 그 아버지란 사람으로부터 칼에 찔려 본 적 있어요? 또한 그 아버지란 사람에게 길거리에서 버림을 받아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데…, 그런 아버지를 믿으라고요? 아뇨, 저는 그런 신은 안 믿습니다.’ 그러면서 그 학생이 그 자리에 서서 소리를 내며 우는데…. 저는 그때 그 학생 곁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냥 그 학생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천천히 그리고 편안하게 안아 등을 토닥거려 준 것 밖에!”

그날, 그 신부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나 또한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살면서, 내가 가진 좋은 경험이라는 것이 상대방 모두에게 다 좋은 경험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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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4-2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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