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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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494) 원효로에서 분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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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잘 알고 지내는 예비신자 한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예비신자 입교식을 하는 날, 그 첫날부터 아내의 손에 끌려오다시피, 억지로, 억지로 본당을 찾아온 형제님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번, 두 번 그렇게 아내를 따라 본당 미사에 오고, 평일 저녁 교리반에 충실히 다니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하느님의 은총인지 몰라도, 본당에 오는 형제님 얼굴은 점차 행복하게 변화되어 갔습니다.

형제님이 교리반에 들어가면, 원래 신자인 아내분도 함께 그 교리반에 들어가 교리를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 형제님은 나에게 조금은 이상한 논리(?)지만, 자신의 아내가 좋은 남편을 만나 무료로 교리반에 들어와 보좌 신부님 교리를 듣는다며, 이거야말로 남편 잘 만난 아내의 행복이 아니냐고 말합니다. 그렇게 그 형제님의 모습에서 한 걸음씩 천주교 신자가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형제님은 얼마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습니다. 평소 형제님은 주일 날 오후가 되면, 초등학교 친구들이 모여서 만든 야구단에 가서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한답니다. 그날도 형제님은 운동을 마친 후, 친구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주일 오전에 아내와 함께 본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했답니다. 또한 평일 본당에 가서 아내와 함께 교리반 듣는 것과 그리고 가끔 혼자서 기도하고 싶을 때면, 본당에 찾아가서 그냥 눈만 감고 오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는 말을 했답니다.

그러자 가장 친한 친구가 무척 심각한 얼굴을 하며 말하더랍니다.

“야, 나는 네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데, 나는 너처럼 그렇게는 못할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본당에 다니면 되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보기에는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는 것 같은데. 정말이지 기도하고 싶다고 거기까지 간다는 말이야?”

“아니,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본당에 가서 기도하는 것보다 더 좋은 데가 어디 있어. 나도 예전에 신앙이 없을 때는 몰랐지만, 이제 세례 받을 날이 다가오니 그냥 본당에 가면 마음이 편안하고 좋아.”

“그래도 나는 절대 못할 것 같아. 여기서 그 멀리까지 어떻게 가?”

“야, 너 원효로 살잖아. 원효로에서 본당까지 걸어서도 금방인데!”

“아니, 얘가. 여기서 분당까지 차로 가도 얼마나 먼데!”

“분당, 웬 분당?”

“너 일요일 날, 그리고 평일 날 공부하러 분당 간다고 그랬잖아. 그리고 기도하러 분당까지 간다며? 에이, 나는 그렇게는 못 해.”

“허 참. 야, 분당이 아니라 본당. 따라해봐, 본당! 음, 성당을 다른 말로 본당이라고 말하는 거야.” “본당? 아이, 그럼 진즉에 말하지. 나는 네가 분당 간다, 분당 간다하기에, 여기서 그 멀리까지 가서 기도하나, 하고 사실 너를 좀 이상하게 생각했지.”

나는 그 형제님 이야기를 듣고 너무 웃었습니다. 그 형제님 발음이 이상한 것도 아니지만, 사람은 누구나 모르는 단어를 들으면 자신이 알고 있는 친숙한 단어로 생각하나 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그 형제님의 신앙 여정이 실제로 ‘분당에서 본당’으로 오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마음이 멀면 옆집도 외국이고, 마음이 가까우면 외국도 옆집이듯! 처음, 형제님이 본당에 그렇게 오기 싫었던 시간들이 어쩌면 원효로에서 분당까지 가는 그런 마음 같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본당 오는 것을 그렇게나 즐거워하니…. 정말이지, 신앙인이 되어가는 과정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원효로에서 분당’처럼 멀었던 상태에서 점차, 마음속 소중한 곳, 본당을 찾게 되는 여정 같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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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7-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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