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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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495) 하느님의 섭리는 놀라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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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본당주임을 하면서, ‘본당의 날’ 행사를 할 때의 일입니다. 당시 ‘본당의 날’을 야외에서 할 계획을 잡았고, 전 신자들이 행사 전 ‘9일 기도’를 바치는 등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자 분들의 마음속 간절한 열망은 단 하나! ‘비가 오지 않아야 할 텐데!’였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전만 해도 비 소식이 없다가, 결국 행사 전날 100%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었습니다.

나는 겉으론 가뭄이 심한 때라 농부님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와 닿아 오히려 잘 되었다고, 또한 우천 시 프로그램을 준비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은 듯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행사 전날, 하루 종일 일기예보를 주목하며 한숨만 쉬었다가,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다가, 그렇게 오락가락하며 지냈습니다.

이윽고 행사 당일, 아침은 밝았는데 바깥은 어두침침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정말이지,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태연한 척 성당 마당에 나갔더니 선발대로 가는 형제·자매님들은 일찍부터 와서 기쁜 마음으로 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선발대가 출발하고 1시간 뒤 본당 신자들이 모여왔고, 이미 대기해 있던 대형 버스에 탔습니다. 인원 파악이 완료되자 버스는 ‘본당의 날’ 야외 행사장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도 야속한 비는 계속 쏟아져 내리고, 대형 버스 차창 앞 유리창에선 ‘윈도우 브러시’만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해 보니, 선발대 분들이 비를 맞으며 준비를 해 놓은 천막이 다 쳐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버스에서 내린 신자 분들은 우산을 쓰고, 각자 준비된 조별 천막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실 나보다 더 실망한 분은 보좌 신부님이었습니다. 얼굴은 침통 그 자체였습니다. 비록 우천 시 프로그램은 준비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아무튼 행사 진행에 따라, 맨 먼저 주일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푸르른 잔디와 싱그러운 5월의 녹음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비 내리는 행사장에서 신자들이 부르는 성가 소리는 맑고 고왔습니다. 나는 미사를 봉헌하면서, 강론 때에 하늘을 보며 애써 웃음 지으며 말했습니다.

“주님, 비를 내리시려거든 억수 같이 내려 주소서.”

사실 신자 분들에게 웃자고 했던 말인데, 실제로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습니다. ‘본당의 날’ 야외 행사에 참석한 모든 신자 분들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다 아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미사가 끝나면 답답한 실내 강당으로 가서 우천 시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런데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사가 끝나자마자 이내 곧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이더니, 점심식사는 모두가 야외에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점심 식사 후 1시간 30분가량, 보좌 신부님의 진행으로 모든 신자들이 다 함께 레크리에이션을 했는데, 그동안에도 비가 잠깐씩 보슬비처럼 오다가 그치기를 반복했습니다. 더 놀라웠던 건 만약에 비가 안 왔으면 가뭄으로 인해 너무 더워서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에 전혀 참석하지 못했을 것이란 사실!

비로 인해 날씨가 선선해지니, 모든 신자들이 다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석해서 웃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3살 꼬마부터 91세 어르신까지 모두가 다 행복했던 ‘본당의 날’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그런 다음 또 하나의 기적! 행사를 다 마치고 모든 신자 분들이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이내 곧 비가 억수같이 왔습니다.

가뭄이 계속되던 때, 비가 간절히 내려야 할 때에는 억수 같이 내리고, 비가 잠시 쉴 때 우리는 ‘본당의 날’ 야외 행사를 하고! 그래서 모두가 다 웃다 쓰러질 정도로 행복한 하루를 보냈고! 정말이지, 하느님의 섭리는 놀라운 뿐임을 묵상한 하루였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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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7-2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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