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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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499) 눈물이 참 뜨거웠습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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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내가 만났던 두 남자분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대학 동창이고, 1남 1녀를 열심히 키웠던 가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두 분의 아들이 초등학교 때 각각 백혈병을 앓았습니다. 두 분은 자신의 아내와 함께 아이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심지어 아들을 살리기 위해 죽어야 한다면, 죽을 마음까지도 가졌던 아빠였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분은 가족들이 모두가 천주교 신자였기에, 하느님께 기도로 의탁하고 매달렸으며 신앙 안에서 고군분투를 했답니다. 그러다가 기적처럼 아들의 병세에 차도가 보이고 호전되자, 그는 ‘신앙의 힘’ 덕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간절히 기도했던 그 묵주를 들고, 원래는 신자가 아니었던 야고보 형제를 찾아갔던 것입니다. 그런 다음, 묵주를 건네주며,

“친구야, 이 묵주를 가지고 기도를 했더니, 우리 아들의 병에 차도가 보이고 좋아졌어. 그러니 너도 아들을 위해 이 묵주를 가지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해 보렴.”

야고보 형제는 그 묵주를 받은 후 신앙에 의탁하기로 했고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그 후 1년 사이에, 두 분의 아들들은 결국 하느님 품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두 아빠의 마음속에 깊고 깊은 아픔을 남긴 채 말입니다. 그렇게 야고보 형제와 친구분이 들려주시는 아들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마음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분이 대뜸 나에게 말하기를,

“신부님, 저도 신부님에게 형님이라 한 번 불러 봐도 되나요? 내 친구의 형님이면 내 형님도 되잖아요.”

“좋아요. 그렇게 불러도 됩니다.”

그러자 야고보 형제의 친구분도 나에게 ‘형님’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형님… 그런데… 형님. 저는 그날, 하느님께서 우리 아이를 데려간 그날부터 지금까지 하느님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 얼굴이… 얼굴이 떠오르지가 않아… 잊고 산다 싶었는데!”

그러면서 그 친구분은 목젖으로 가느다란 실핏줄까지 다 보일 정도로 속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꺼이 꺼이’ 하며 처음에는 소리를 못 내더니, 곧이어 목청이 터지듯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엉?엉. 형님, 아이 얼굴은 잊었는데… 그랬는데… 지금도 앰뷸런스, 병원 앰뷸런스 소리를 들으면 지금도… 엉?엉, 가슴이… 심장이 멎는 것 같아요. 깜짝, 깜짝 놀라서…. 우리 아이… 우리 아이 얼굴이…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죽어가는 우리 아이 얼굴이… 너무나 선명해서… 어?엉, 어?엉, 형님.”

40대 후반, 중년 남성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쉬지 않고 흘렀습니다. 그 식당에는 몇몇 좌석에 손님들이 있었는데, 한 남자의 울부짖는 슬픔에 숙연히 앉아 있거나, 눈가를 훔치며 조용히 밖으로 나가는 분도 있었습니다.

두 친구의 운명은 참으로 기구했습니다. 한 친구는 죽은 아이로 인해 신앙을 가지게 되고, 또 한 친구는 죽은 아이로 인해 신앙을 버렸으니. 특히 하느님께만 온전히 매달린 그 친구분과 가족들은 아이의 죽음 앞에서 하느님에 대한 배신감이 더 컸으니….

그러다가 ‘신부’라는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에게 ‘형님’이라는 친근감을 표시하자마자, 수십 년 동안 마음속에만 담아 두었던 하느님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그날, 뜨거운 눈물로 쏟아낸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 내가 늦었다고 안 나갔으면 어땠을까’ 나는 그 친구에게 ‘우리의 맏형님인 예수님도 그날, 당신 곁에서 울고 있었어요!’라는 말을 해 주고 싶었지만…. 그날은 제가 ‘진짜 형님이신 예수님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흘린 눈물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지금도 제 마음 한구석에는 댄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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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8-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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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느님을 의지하여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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