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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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03) 격동의 30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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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본당 주변을 둘러보다가 성당 마당 처마 끝 부분에 누군가 텐트를 쳐 놓은 것을 발견하고, 그 옆에 의자까지 나란히 있는 것을 본 나는 미사 직전까지 제의를 입으면서도 분심이 들었습니다. ‘누가, 왜, 여기에 텐트를 친 것일까!’ 더 신경이 쓰였던 것은 텐트 안을 살펴보니 아무도 없었기에, ‘도대체 그 사람은 어디로 간 것일까!’ 하며 분심에, 온통 잡념에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새벽 미사, 공동 집전을 하려고 보좌 신부님이 제의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걱정 어린 목소리로 보좌 신부님에게 물었습니다.

“보좌 신부. 미사 끝나고 경찰서에 신고 전화해야 할 것 같은데. 아냐, 아냐. 경찰서에 신고 전화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함께 고민할 일이 생겼어.”

근심 어린 표정의 내 말을 듣자 눈을 휘둥그레 뜬 보좌 신부님은,

“네에? 경찰서에 신고 전화를요? 혹시 새벽에 무슨 일이 터졌어요?”

그러자 나는 조심스레 낮고 작은 목소리로,

“사실, 어젯밤에 비가 엄청 많이 왔잖아. 그래서 새벽에 성당 마당을 둘러보는데, 누군가 텐트를 쳐 놓고 몰래 잠을 잔 것 같아서. 텐트 안을 살펴봤더니, 사람은 없고. 그래서 성당 어딘가에 이상한 사람이 어슬렁거리고 있을 것 같아.”

이 말을 듣자, 보좌 신부님은 활짝 웃으며,

“앗! 신부님, 죄송해요. 그 텐트 제가 어젯밤에 쳐 놓은 거예요. 그저께 중·고등부 캠프를 다녀왔잖아요. 그래서 그때 사용한 텐트를 말리느라 어젯밤에 펼쳐 놓은 건데. 텐트를 오늘 말려서 주인에게 돌려주려고….”

이 말을 듣자,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말했습니다.

“그래? 그럼 잘 됐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마당에 텐트가 쳐져 있어 혹시나 하는 생각을 했지. 그려, 괜찮아, 미안해하지 마!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죄송해요. 미리 말씀을 드렸어야 하는데…, 깜빡했어요.”

“아냐, 아냐. 그럴 수 있지.”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그런데 마음 안으로 밀려오는 부끄러움은 어떡하나…! 이윽고 미사를 알리는 입당 성가가 울려 퍼졌고, 보좌 신부님과 나는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하지만 미사 시간 내내 분심이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 때문에 성체의 모습으로 우리 안으로 오심을 묵상하는 이 미사. 하느님께서 가장 가난한 자의 모습으로 오시어 인간의 품위를 가장 소중하게 높여준 이 미사. 그런데 미사 봉헌하고 있는 나 자신은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성당 마당에 누군가 쳐 놓은 텐트를 봤을 때, 넓은 이해와 깊은 아량을 가지고 당시 상황을 여유 있게 바라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나 의심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댔고. 새벽에 미사 오시는 신자 분들을 보면서 따스한 미소로 인사를 나누기는커녕, 신자 분들에게도 ‘무슨 일 있나’ 하는 분심을 드렸고! 특히 있지도 않는 ‘노. 숙. 자’를 찾는답시고, 성당에 앉아 성체조배 할 시간에 성당 전체를 기웃거리며 돌아다녔고! 심지어 ‘노숙자분과 마주치면 어떻게 하지. 그분이 시비라도 걸면 어쩌지.’ 하며 긴장했지만, 결국은 내가 감히 사랑의 하느님께 ‘의심’이라는 시비를 걸었으니!

미사 전 30분, 격동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의심의 파도가 가라앉자, 반대로 부끄러움과 창피함의 파도가 마음속으로 밀려왔다 밀려갔습니다. 정말 창피스러웠는지, 나는 마음속으로 본당 사목을 열심히 잘하는 애꿎은 보좌 신부님 핑계를 댔습니다. ‘이그, 보좌 신부, 왜 하필이면 밤중에 텐트를 거기다 쳐서, 이런 웬수!’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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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9-2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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