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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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05) 긴장과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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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은 어느 라디오 생방송 하는 날이었습니다. 생방송이라 속으로 ‘떨면 어쩌지, 말까지 더듬으면 어쩌지!’ 하며, 내가 만들어낸 걱정에 내가 긴장을 하던 때였습니다. 사제관에서 나와 성당 근처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순간 교통카드 충전까지 걱정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윽고 버스가 오고 카드를 찍었더니, 다행히 ‘240원’은 남았습니다. ‘휴…’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쉬고 버스에 올라탔는데, 본당 신자분이 자리에 앉아 계셨습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그분의 어깨를 툭, 툭- 치며, 물었습니다.

“어디 가세요?”

그러자 그 형제님은 나를 보자 깜짝 놀라며,

“아, 예, 오늘은 쉬는 날이라, 어디 볼일 보러 갑니다.”

그렇게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고, 나는 버스 뒤쪽으로 가 서 있었습니다. 운행 중인 버스는 그다음 정거장에 정차한 후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는데, ‘앗!’ 우리 본당 신자분이 버스에 또 타셨습니다. 나는 또 반가운 마음에 눈인사를 드렸더니, 그 형제님은 환하게 웃으며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도 연신 인사를 드렸습니다.

이윽고 나는 목적지에 도착하자, 버스에서 내리며 신자분들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신자분들도 환한 얼굴로 인사를 하시는데 나도 모르게 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다시 지하철을 타러 갔습니다. 3분 정도 기다렸더니 지하철이 도착했고, 사람이 좀 많다 싶어 지하철 문 옆에 서 있는데, 누군가 나의 팔을 툭- 툭- 쳤습니다. 그래서 돌아보니 또 우리 본당 신자분이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오늘 우리 본당 신자분들 참 많이 만난다’는 생각을 하며, 반가운 얼굴로 자매님에게 물었습니다.

“와우, 이 넓은 공간, 수많은 출입문이 있는데, 여기서 자매님을 뵙네요.”

“그러게요, 신부님. 아침부터 어디 가셔요?” “라디오 생방송이 있어서 시간 맞춰 방송국에 가는 중이에요. 그런데 자매님은 어떻게?”

“직장에 출근하는 길이에요.”

“형제님은요?”

“우리 집 남편도 출근했죠.”

“두 분의 직장이 다른 방향인가요?”

“어느 정도 좀 비슷하지만, 따로 가는 게 편해요.”

“에고. 직장이 비슷하면 남편이 자매님 직장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면 좋을 텐데!”

“어림도 없는 소리예요.”

“저는 결혼을 안 해 봐서 잘 모르지만, 부부들은 다 그렇게 살지 않나요? 직장 데려다주고 또 데려오고. 그러면서 부부의 사랑이 싹트는 게 아닌가요?”

“우리 신부님은 결혼 안 하시기를 천만다행인 줄 아세요.”

그러다 서로 각자 목적지에 다다라 내리게 됐고, 나는 방송국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왜 이리 발걸음이 가벼운지! 마음속 긴장이 다 풀린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 여파로 오전에 생방송은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사제관으로 돌아오는 길, 글쎄 버스 안에서 며칠 뒤 세례 받을 예비신자분을 만났습니다. 본당 주임 신부를 버스에서 만난 그분의 표정은 당황과 기쁨이 함께 공존했습니다. 비록 몇 정거장이 안 되었지만, 짧은 시간 그분과 대화를 하는데, 마냥 행복한 수다를 떤 시간이었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예기치 않는 일로 인해 잔뜩 긴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때론 그 긴장감을 편안하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긴장이 몰려오는 순간, 만나는 사람과 따스한 말 한마디, 사랑으로 나누며 좋은 벗 느낌을 간직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긴장으로 인해 힘겨운 인생살이,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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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0-0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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