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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천주교의 기도가 너무 건조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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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천주교의 기도가 너무 건조한 것 같아요

개신교와는 달리 천주교 기도는 미리 작성돼 있는 기도문을 바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해진 기도문만 바치는 것은 너무 무미건조하고 형식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소리만 내는 경우도 많거든요.



【답변】 하느님과 깊은 대화 나누기 위해 기도문 반복

15년 전 즈음에 부모님 모두 병환으로 가족이 암울한 시간을 보낸 적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와 언니는 영국에 유학 중이었고, 부모님을 가까이에서 보살펴 드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다녔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저희 언니가 제게 “어떻게 기도를 하면 되니?”라고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마침 가톨릭 한인성당에 다니고 있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언니는 성당을 다니지 않고 있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하는지 답답했던 모양입니다.

저는 언니에게 묵주기도 하는 법도 알려 주고, 병자를 위한 기도문도 알려 주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성당을 같이 가자고 권유도 했습니다. 결국 언니는 한국으로 돌아와 지금은 성당에서 전례봉사를 할 정도로 열심한 신자가 돼 있습니다. 저도 부모님이 아프시고 나서야 기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된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가톨릭 예식의 주요한 특징은 반복성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가톨릭교회의 전례가 단순히 형식적이고 반복적인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어찌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도 사실 단순함의 반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각 방송사의 드라마 주제가 ‘돈과 사랑에 대한 애증’,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먹방이나 아이들에 대한 관찰 예능’ 등과 같이 비슷비슷한 것들을 보면, 결국 삶에서 나오는 기도가 같은 주제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어찌 생각해 보면 매주 미사 때마다 아주 구체적인 자유 기도로서 쉽게 공감대를 만들 수는 있을지라도, 결국 지속적으로 간구하는 기도의 핵심은 같은 것이 아닐까요. 게다가 기도문이 너무 복잡하면, 암기하기도 어렵거니와 오히려 본질을 흐려지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Great, great country’(위대한 나라) 또는 ‘GREAT meeting’(대단한 만남)처럼 가장 쉽고 단순한 단어를 반복적으로 쓰는 것으로 유명하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처럼 정치인들은 주로 쉽고 간단한 말을 반복해서 사용한답니다. 이는 쉽고 간단한 말들이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랍니다. 특히 연설에서 중요한 것은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 더 중요하답니다.

우리도 쉽고 간단한 기도문들을 반복하는 것도 기도문 그 자체가 가진 언어적인 뜻이 아니라 그 순간 하느님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내면의 성찰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그렇게 같은 기도를 오랫동안 반복을 해도 여전히 하느님이 바라는 삶에 도달하지 못하는 우리가 그것보다도 훨씬 복잡하고 세세한 기도를 하고 그대로 살아낼 수가 있을지도 의문이 들긴 합니다. 왠지 기도시간 동안만이라도 삶에서 느끼는 복잡함을 내려놓고, 좀 더 단순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이 사실 그렇게 복잡한 것은 아니니까요.

가톨릭교회에서는 색깔 하나조차도 특별한 의미와 상징으로 받아들여 시기별로 신부님들께서 다양한 색깔의 제의를 입는다고 합니다. 제의 색깔 하나 하나에도 의미가 있는데, 기도문 한 부분 한 부분도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봅니다. 기도문의 작은 부분까지 좀 더 자세하게 알게 된다면 미사 시간에 드리는 각각의 기도문 의미가 매번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답니다. 우리는 매일 같은 기도문을 반복하겠지만, 결국 그 속에서 어떤 특별한 의미를 찾아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19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37길 11, 7층
[E-mail] sangdam@ catimes.kr




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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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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