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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살률 상승… 가정통합 사목 절실하다

청소년 자살 실태와 교회 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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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미래도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해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A(18)양은 요즘 극단적인 충동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A양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만화 그리기. 그러나 집, 학교, 학원으로 이어지는 일과 속에 만화를 그릴 시간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대학 강사 일을 하는 아버지는 A양만 보면 입시 이야기만 한다. 성적이 떨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폭언을 일삼기도 한다. A양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외동인 A양에게 그나마 반찬가게를 하는 어머니가 그녀를 감싸 안아 주지만 가게 일이 바빠 자주 보지는 못한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도 사소한 문제로 다툰 이후에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학업 스트레스와 학교ㆍ가정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A양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A양은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고 토로했다.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청소년지원센터를 찾은 고등학생의 실제 상담 사례다. 최근 A양과 같은 10대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지난해 10대들의 자살률은 한 해 전보다 22.1 늘어났다. 2013년 이후 10대 청소년 자살률이 감소 추세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전체 자살률 역시 급등했다. 인구 10만 명 당 자살로 인한 사망자를 뜻하는 자살률은 26.6명으로 전년 대비 9.5(2.3명) 증가했다. 하루 평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는 37.5명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 가운데 2위로 떨어졌던 자살률도 다시 1위로 올라설 예정이다.

자살 문제는 사회적, 제도적, 개인적 요인이 얽혀 있어 자살률 상승의 정확한 원인을 알기는 어렵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 10대 자살률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1월과 3월, 7월에 자살률이 치솟은 것을 근거로 언론에 보도된 유명인의 자살에 따른 ‘베르테르 효과’를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보건복지부도 설명자료를 통해 “지난해의 자살률 상승은 유명인의 자살 사건이 다수 있어 모방 효과가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교회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교회 내 전문가들은 ‘가정 붕괴’가 자살률 상승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햇살사목센터 소장 조재연(서울 면목동본당 주임) 신부는 “지난 3년간 20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세상을 등졌는데 그 가운데 40는 학업 문제, 22는 가족 간 문제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상담 사례를 보면 자살 고민을 토로하는 사례의 배경에 청소년 세대와 부모 세대의 가치가 충돌하는 ‘가정 위기’ 상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센터장 이정민 신부)에서 자살 예방 교육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최영진(서울 목동본당 보좌) 신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은 항상 부모님이 시키는 것만을 해와 문제가 닥쳤을 때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을 어려워했다”며 “아이들이 가정이 아닌 학교와 학원을 돌면서 자기만의 시간, 가족 간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게 문제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 조재연 신부는 자살 위험군 아이들이 속한 가정에 교회가 통합적 사목을 제공해는 방안을 조언했다. 조 신부는 “지금까지 교회의 사목은 청소년과 중ㆍ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사목이 구분되어 이뤄져 왔지만 요즘 시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부모 세대 역시 경제적 빈곤, 문화적 차이 등으로 소통의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청소년 자살 문제는 이러한 소통의 빈곤이 불러온 가족 문제가 자리 잡고 있어 가족 구성원 전체를 통합적으로 사목할 ‘가정청소년 사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살 문제 언급을 금기시하는 인식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영진 신부는 “우리 사회는 물론 교회 내 구성원들도 자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피해야 하는 일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어 이 영향으로 아이들이 자기 문제를 이야기하지 못하고 숨기곤 한다”며 “적어도 우리 교회 안에서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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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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