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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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15) 하느님은 다 알고 계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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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본당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사목협의회 분들을 선임할 때 일입니다. 요즘처럼 바삐 돌아가는 때에 봉사자를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임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신임 사목협의회 임원들이 다 채워졌을 때의 일입니다. 돌아오는 주일, 교중미사 때 신임 사목협의회 분들에게 전달할 임명장 준비도 거의 다 마쳐갈 무렵! 선임된 사목회 임원 한 분이 급히 성당으로 나를 찾아왔습니다. 그 분의 이야기인 즉, ‘자신은 신부님의 뒤에서 성심껏 도와 드릴 수는 있지만, 도저히 앞에 나서서 무슨 일을 하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다’는 말씀을 진심으로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분의 뜻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면담을 끝낸 후 사제관으로 돌아오는데, 상황은 너무 난감했습니다. 혼자서 수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자리를 공석으로 둘까! 아니야, 선임한 후 새 출발을 해야지! 그런데 할 분이 없잖아. 아냐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거야! 한 달을 고생했는데, 또 찾아! 아냐, 마음 비우고 공석으로 하자!’ 너무 많은 생각들이 겹쳤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눈을 감고 주님께 간절히, 정말 간절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님, 당신께서 하시는 일이니, 당신께서 저를 좀 도와주세요. 아니, 주님, 제발 저를 도와주셔야만 해요.’

그렇게 기도를 하는데, 순간 내 머리 속으로 본당의 한 교우분의 얼굴이 ‘확~’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상하지!’ 나는 기도를 멈춘 후 눈을 뜬 다음, 그분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분은 평소 너무나도 조용한 분이고, 소소한 일에도 부끄러워 숨으실 정도로 쑥스러움을 잘 타며, 손녀를 데리고 어린이미사를 참례하는 터라 교중미사에는 못 나오시는데 분인데….

‘지난주까지 한참 동안 나와 함께 사목협의회 활동을 하실 분을 찾기 위해 많은 신자 분들을 만나서 면담할 때에는 몰랐는데, 왜 갑자기 그분의 얼굴이 떠오른 것일까! 개인적인 성격상 사목협의회 활동을 하실까, 나를 보면 100m 멀리서부터 부끄러워 도망가시는 분인데…. 그래, 안 하시겠지. 그래도 밑져야 본전인데 그분에게 전화를 드려 볼까, 그분에게 어떻게 연락을 하지, 연락처를 어디서 찾을까….’

그렇게 고민하다가 성지 마당에 나왔습니다. 낙엽을 보며 걷고 있는데 순간, 교우 한 분이 성지 마당으로 들어오기에 누군가 싶어 쳐다봤더니, 세상에! 오전에 기도 중 떠오른 그 자매님이 성지 마당 앞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자매님은 나랑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고 부끄러워 어디론가 도망가지도 못한 채, 웃음만 지으며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어, 자매님 어쩐 일이세요?”

“성당에 볼 일이 좀 있어서…”

“자매님, 제가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차 마시는 공간으로 같이 좀 갑시다.”

나는 자매님 손을 꼭~ 잡고, 성당 ‘주문모 방’(차 마시는 공간)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자매님에게 기도 중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린 뒤 나 좀 도와 달라고 솔직히 고백했습니다. 그러자 그 자매님 또한 놀란 표정을 짓다, 체념한 듯 말했습니다.

“신부님, 저는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고, 그런 일을 전혀 해 본 적이 없으니, 신부님께서 저를 도와 주셔야 해요. 그럼 할게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 또 감사합니다.”

기도할 수 있는데 왜 걱정했을까! 하느님은 다 알고 계신데, 내가 왜 걱정을 했을까! 그런데 하나 분명한 것은, ‘집중력’을 가지고 간절하게 기도 했더니, 하느님께서도 긴박함을 아셨는지 불쌍한 사제의 소망을 들어주셨습니다. 그저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릴 뿐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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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2-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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