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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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상살이 신앙살이] (518) 호상(好喪)이란 없습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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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나는 100세가 다 되어 돌아가신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잠긴 형제님에게 진심 위로의 말을 건넸더니, 그 형제님은 몇 번이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나는 더 이상의 위로의 말 보다는 형제님의 손을 따스하게 잡아드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우연히 형제님의 부인이신 자매님을 성당에서 만났습니다. 그러자 그 자매님은 내게,

“신부님, 감사해요. 우리 애들 아빠가 신부님에게 너무나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하네요.”

“제가 특별하게 해 드린 것이 없는데!”

“아뇨, 신부님. 사실 애들 아빠는 며칠 전 어머니 장례를 치르면서 조문객들로부터 ‘호상’이라는 말만 들었지,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를 묻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해요. 애들 아빠도 ‘호상’이라는 거 알죠. 하지만 아무리 ‘호상’이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건데!”

“그랬군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사람들이 ‘호상’, ‘호상’ 했으니.”

“예. 시어머니는 정말 좋은 분이셨어요. 한 평생 싫은 소리 한 번 하신 분이 아니셨어요. 오랜 동안 불교를 믿으셔서 불교 신자로 사신 분이셨지만, 너무나 훌륭한 분이셨어요.” “아하, 시어머니가 불교 신자셨군요.”

“예. 그래서 애들 아빠는 불교 신자로 사시는 어머니를 두고 다른 종교를 선택하기 어려웠어요. 암튼 그렇게 훌륭하게 사셨던 분이었어요. 사실 저희 유가족들도 알거든요. ‘호상’났다는 걸. 그렇지만 돌아가신 분은 저의 시어머니면서, 애들 아빠의 좋으신 어머니시잖아요. 그래서 시어머니 빈소에서 많은 문상객들이 오셔서 ‘호상’이라 웃으며 말하는데, 그러다 보니 슬픈데 슬퍼할 수가 없었던 거예요. 아니, 슬퍼하면 안 되는 것처럼. 그렇게 어머니를 보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온 애들 아빠. 마음 한 구석에 공허가 컸을 텐데 신부님께서 해주신 얼마나 상심이 크셨다는 그 말을 듣고, 애들 아빠는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해요. 감사합니다. 신부님, 정말 우리 애들 아빠, 이제 좀 마음이 홀가분하고, 후련해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 나는 형제님을 위해 아무 것도 해 드린 것이 없었습니다. 단지 나 또한 예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떠나보낼 때, 아버지의 모습에서 깨달은 것이 있었기에 형제님을 진심으로 위로해 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깨달음이란 바로 ‘호상이란 없다.’ 그렇습니다. 돌아가신 분이 아무리 연세가 많고, 특히 백수를 다 누리셨다 할지라도, 죽음은 죽음이라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그 어떤 ‘좋은 위로’도 슬픔을 잊게 해 주는 위로가 없다는 것. 죽음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이승에서는 다시 볼 수 없다는 것. 그 마지막을 깨달아 알기에는 쉽지 않다는 것!

문득 예수님 생각이 납니다. 하느님 앞에서 모든 사람이 부활할 것을 가장 잘 알고 계신 예수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 라자로의 죽음 소식을 듣고 슬퍼하신 모습에서 ‘사랑하는 이의 죽음’, 그 부고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슬픔의 순간임이 틀림없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일은 분명 남아있는 이들, 즉 유가족에게 슬프고,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러기에 그러한 슬픔을 갖고 계신 분이 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유가족의 눈물 한 번 닦아주는 일이 아닐까합니다. 그럴 때 위로해 주는 사람은 잘 모를 수 있겠지만, 위로를 받는 유가족들은 문상객의 진심어린 마음을 통해서 무척 큰 위로는 받는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한 번뿐인 우리네 삶, 그 어떤 선종 소식일지라도 ‘호상’은 없습니다. 그저 부활을 굳게 믿으며, 극복해 나가야 할 슬픔의 빈자리가 크게 있을 뿐….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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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1-0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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