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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영성 이야기] (5) 하느님 안에서의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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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로 복직한 지 딱 1년이 되었다. 육아휴직을 하고서 직장에 복귀해 1년을 그래도 잘 버틴 것 같다. 산더미 같은 업무와 직장 내 정치에 시달려 지칠 만도 했는데 말이다. 이게 다 1년간 육아휴직을 하면서 건강한 육체노동과 영혼의 쉼을 통해 힘을 쌓은 덕분이다.

사실 육아휴직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직장 내 눈치는 말할 것도 없고, 생활비 문제를 비롯해 ‘내가 과연 아이만 보면서 1년을 지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까지…. 그러나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내 인생에서 한 박자 쉬어가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꺼이 휴직을 결정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정말 잘한 선택 중 하나인 듯하다.

40여 년을 바쁘게 살아온 나의 인생, 어린 시절과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곤 거의 항상 뭔가에 쫓기며 바쁘게 살아왔다. 늦은 나이까지 공부를 했던 터라 매일 머리 쓰는 일을 했었고, 직장에 들어가서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 승진하기 위해 힘든 것을 참고 견디며 열심히 뛰었다.

그러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또 다른 삶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머리보다는 몸과 가슴을 쓰면서, 아이와 함께하는 단순한 생활을 하면서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일종의 해방감과 자유, 평화로움과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육아휴직 기간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온전히 그분께 맡긴 채 영혼을 쉬게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육아와 살림으로 몸은 고됐지만, 정신적으로는 인생에서 가장 평온하고 스트레스 없는 시기를 보냈다. 적당한 노동은 오히려 영혼의 건강함에 도움이 되었다. 낮 시간 여유 있게 아이와 뒹굴고 좋아하던 음악도 맘껏 듣고 아이와 뛰어다니면서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다. 여유로움 안에서 지금껏 살아왔던 인생의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며 곱씹어보고, 당시 느끼지 못했던 감사함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그 시간은 하느님의 마음을 느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는 모든 것을 전적으로 나에게 내맡겼고, 나는 아이의 모든 것을 작은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했다. 이유 없이 울 때는 뭐가 힘든 건지 살피고, 몸에 뭐가 났을 때는 먹은 게 뭐가 잘못됐는지 살폈다.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 반응 하나하나가 나의 큰 관심사였고, 그에 따라 마음의 희비가 달라졌으며, 내 온몸과 마음은 아이를 향했다.

한 명의 인간을 보살피는 데에 이토록 큰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인간을 살피시는 하느님의 마음도 그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감히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릴 순 없지만, 아이를 돌보는 경험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분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었다. 너무나 감사했다.

육아휴직을 통해 살림이나 육아의 숭고함에 대해서도 느끼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치 있는 일이란 인류를 위한 특별한 일을 하는 것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일상을 지탱하기 위한 사소한 노동도 정말 가치로운 일 같다. 콩나물을 다듬거나 집을 치운다거나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재우는 모든 노동에는 누군가를 위한 자기 비움과 희생, 사랑이 담긴다. 그게 바로 하느님의 마음이다.

바쁘고 치열한 오늘날의 삶, 누군가의 책 제목처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꼭 육아휴직일 필요는 없지만, 인생에서, 일상에서 잠시 머무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큰 힘이 된다. 이런 의미로 한국CLC(Christian Life Community) 회원들은 매년 8박9일간의 침묵 피정에 참여한다. 고요한 가운데 나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마음 깊이 맛보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 안에서 편히 쉬고 그분을 만나는 체험을 통해 내 삶 속에 숨어 있는 그분의 숨결과 은총을 느끼고 진심으로 기뻐하며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하느님 안에서의 쉼, 그래서 중요하다.




한준(요셉·한국CLC 교육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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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1-28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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