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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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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 봉헌은 주님 우선이며 나보다 남을 섬기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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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라키의 예언에 마음이 솔깃합니다. 우리 모두가 애타게 그리며 “찾던 주님”께서 홀연히 오실 것이며 그분께서 손수 “레위 자손들을 깨끗하게” 만들어 마침내 주님 마음에 쏙 들게 해주실 것이라니, 진정 든든해집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뜻을 더 잘 이루시도록 좁은 마음을 찢어 넓히리라 다짐하게 됩니다.

지난해 연말 부산교구에서는 네 분의 사제가 나셨습니다. 사제서품은 교구의 가장 큰 경사인 만큼 모든 교구민들이 기도드리며 기뻐했는데요. 우리 본당은 울산에 있는 만큼 부산 주교좌남천성당에서 거행되는 서품식 참례를 위해서 새벽부터 집을 나서야 했음에도 많은 분들이 함께하셨더군요. 하지만 새 사제를 위한 교구의 잔치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새 신부님의 출신본당에서 바쳐지는 첫 미사를 놓치지 않으려는 열성 신자도 많고 각지에서 이어지는 새 신부님들의 미사도 인기폭발, 북새통을 이루니까요. 좋은 일입니다. 기쁘고 감사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아주 속상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찌나 속이 거북했던지, 여태 기분이 씁쓸한데요. 오늘, 주님께 몽땅 봉헌하는 마음으로 그 얘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몸이 편찮으신 자매님은 성지에서의 새 사제미사를 꼽아 기다리셨답니다. 그런데 딱 네 분이신 신부님들이 그 많은 신자들에게 안수해주시는 모습이 너무 수고로워 보이더랍니다. 그래서 새 사제 안수를 사양하는 마음으로 대신에 새 사제를 위한 묵주기도를 바치고 오셨다더군요. 행복했답니다. 저는 자매님의 배려 깊은 마음이야말로 사제를 위한 참된 봉헌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복된 이야기의 행복은 거기까지였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마을버스에서의 일이랍니다. 기사님께서 소리를 치더랍니다. “카드 찍고 타세요.” “카드 찍고 타세요.” 확실히 버스에 올라서는 사람보다 카드 찍히는 소리가 드물더라는데요. 빡빡한 버스에 재빠르게 오르며 카드를 찍지 않는 할머니가 꽤 계시더란 얘기였죠. 기가 막혔습니다.

새 사제의 정성 어린 미사에 참례해서 과연 무엇을 얻으셨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새 사제의 강복을 받은 이유가 오직 남보다 더 복을 받겠다는 욕심이었다면 거짓 은총에 매달렸을 뿐이라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주님의 은총은 나보다 남을 섬기는 마음에 주어지는 하늘의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어느 신부님은 “인간이 자신의 것을 주님께 준다고 여기면 그것은 봉헌이 아니다. 주님을 소로 만드는 우상숭배일 뿐이다.”라며 그런 심보는 카인의 것이라 하셨습니다. 자신을 잡아 바치지 못한 봉헌은 감사가 없기 때문에 그와 같은 봉헌은 어떤 다른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 소에게 ‘여물’을 주는 것과 같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오직 받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에 겨워 봉헌할 때에만 아벨의 봉헌처럼 하느님께 받아들여질 것이라 단언하셨습니다. 골백번 공감하여 제 마음에 쏙 담겼던 말씀입니다. 오늘, 주님 봉헌 축일에 우리 모두가 새겨 들어야 할 말씀이라 믿어져 전해 드립니다.


주님을 향한 봉헌은 삶의 중심에 예수님을 모시는 것에 기초합니다. 세상에서 치사하고 유치한 모습으로 주님을 욕되게 하는 모든 것이 죄입니다. 남보다 더’ 복을 챙기겠다는 마음이 바로 욕심입니다. 아무리 좋은 축복도 먼저 더 많이 차지하려는 욕심으로는 얻지 못합니다. 탐욕을 채우기 위한 행위라면 어떤 희생도 주님이 아닌 나를 위한 봉헌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복음은 참된 신앙이란 주님의 말씀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하느님의 약속이 꼭 이루어질 것을 의심치 않는 것임을 일러줍니다. 성령의 약속을 굳게 믿고 기다렸던 노년의 시메온과 온 삶을 주님을 향한 흠숭과 기다림으로 채워 지냈던 과부 한나를 증인으로 세웁니다. 이야말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성령의 약속에 근거하여 시메온처럼 “그 말씀에 따라 살았으므로 후회가 없다”는 마지막 고백을 바칠 수 있게 되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고백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오늘, 스스로의 봉헌을 꼼꼼히 자세히 상세하고 세밀히 살피며 신앙점검을 하기 바랍니다. 시메온처럼 성령의 약속 가운데 굳건한 삶을 살아가는 참 봉헌의 사람인지를 철저히 따져보기 원합니다. 성모님처럼 고통 중에서도 감사하는 삶만이 우리 믿음을 온전하게 해 준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 살아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진리는 구질구질하지 않습니다. 뚜렷하고 명료하며 분명하기에 진리의 삶은 먼저 나를 비우는 말끔함에서 비롯됩니다. 하찮은 것에 매이지 않는 넉넉한 자유로 우리는 탐욕과 집착을 털어내는 맑고 향기로운 신앙을 살 수 있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그날, 주님께서는 이분, 저분, 한 분도 빼놓지 않고 새 사제 네 분의 안수를 몽땅 받으려 분주했던 사람이 아니라, 사제의 수고를 덜어주는 마음으로 안수를 피했던 마음을 훨씬 소중히 봉헌 받으셨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기껏 거룩한 미사에 참례한 후에 혼잡을 틈타 돈 천원을 아꼈던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그 성스럽고 복된 미사의 은총을 다 잃었을 테니, 어서 회개하실 것을 촉구합니다.

저는 지금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봉헌이 아벨처럼 주님께 기억되기를 기도합니다.

이 특별한 봉헌 축일에 치사하고 졸렬하며 비좁고 누추했던 몸과 마음과 영혼을 말끔히 씻어 봉헌하시길, 그리하여 예수님의 뜻을 위해서 살아가는 진정한 봉헌자로 돋움하시길, 소원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여러분의 영과 혼과 몸을 온전하고 흠 없이 지켜 주시기를”(1테살 5,23) 간절히 청합니다.

주님께서는 이 못난 우리가 모두, 당신처럼 거룩해지리라는 기대를 결코 접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장재봉 신부 (부산교구 월평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0-01-28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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