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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영성 이야기] (6) 태양과 빛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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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사람은 상대가 원한다면 별이라도 따 주고 싶어 한다.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 사람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너무 크신 분이라 감히 무엇을 해 드릴 수 있을까 막막하긴 하지만 적어도 그분의 뜻을 찾아보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우리나라 의료계에 노동 운동이 발발하던 때였다. 종합 병원급부터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그동안 억눌러 왔던 불만이 표출되면서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힘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히포크라테스와 나이팅게일의 봉사 정신이든, 귀하게 잡은 직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개인적 원의 탓이든 사실 의료인은 유난히 희생을 강요받는다. 특히나 종교 재단이라면 알게 모르게 신앙으로 연결된 관계라 그 직조의 얼크러짐을 조심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나의 직장에도 그런 변화가 시작되었다. 어느 날부터 갑작스럽게 사람들이 몰려다니기 시작하면서 밤늦도록 사태를 논의하느라 불 밝혀진 곳이 많았고, 아직 노조가 인정되지 않은 때여서 밖에서들 만나기도 하였다. 드디어 단결권을 행사하기로 약속한 날이 다가왔고, 어느새 사람들은 투사로 변해 있었다. 한 번 터진 둑은 걷잡을 수 없었다. 동참에 대한 개인적 의견은 중요하지 않은 듯했으나, 나의 좌표를 알려 주십사고 며칠 동안 간절히 기도하였다.

포콜라레 운동 창설자인 끼아라 루빅은 하느님의 뜻에 대해 이야기할 때 태양과 빛줄기를 예로 들곤 한다. 태양으로부터 사방으로 펼쳐지는 빛은 모두 태양의 빛과 열기를 지니게 마련이지만, 각자가 걸어가는 그 빛줄기는 모두 다르다는 뜻이다. 그러나 빛줄기가 모두 태양과 이어지듯이 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뜻을 잘 행할 때 언젠가 우리는 하느님께 도달할 것이며 그렇게 모두 모여 일치를 이룩하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나의 기도는 내가 걸어가야 할 빛줄기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숙고였다. 내 마음속에도 직장에 대한 불만이 없지는 않았을뿐더러, 직장을 잃을 각오와 형사상 불이익을 당할 각오로 일어선 이들이 경영자 측보다는 약한 편이라 마음이 기울기도 하였다. 그런데 한편으로 내 눈에 밟히는 이들이 또 있었다. 아픈 이들 또한 내가 사랑해야 할 이웃이었다. 아플 때만큼 서러울 때가 있을까, 겨우 찾은 병원에서 내쳐져야 할 위기의 그들. 사태는 하루 이틀에 마무리될 조짐을 보이지 않았고, 만일 근무를 계속한다면 그런 나의 모습이 투사들에게는 눈엣가시가 될 것도 뻔한 일이었다. 참으로 진퇴양난이었다. 그동안 직급의 벽을 허물고 같은 공간에서 잘 지내 온 이들과의 관계를 잃어야 한다는 사실 또한 큰 고통이었다.


그런데 참 다행히도 나는, 하느님의 뜻을 찾을 때, 둘 다 옳은 것으로 보일 때는 그중 좀 더 쉽지 않은 쪽을 택하되, 만일 그 길이 그분의 뜻이 아니라면 즉시 되돌아오게 해 달라고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고통스럽지만 나의 근무처에 남기로 하였다. 긴 투쟁의 기간이 지나 얼마간의 제도 개선을 성취한 후 직원들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개선된 제도에 무임승차했다는 듯한 질시의 눈초리가 한동안은 따갑기도 하였으나,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했으리라고 믿으며, 돌아온 이들을 마음 다해 사랑으로 맞을 수 있었다. 내게 중요한 것은 하느님과 나의 관계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차츰 평화가 찾아왔다. 사랑하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

하긴 날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라고 기도하지만 얼마나 숱하게 그분의 뜻을 놓치고 실패했을까, 하지만 믿는다! 그분은 우리가 이룩한 일이 아니라, 우리 마음을 보는 분이시라는 것을.




장정애
(마리아고레띠·마리아 사업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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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2-0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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