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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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 ‘참 좋은 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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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생명입니다. 사순 제3주일 복음에 나오는 야곱의 우물가에 사마리아 여인 이야기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생수가 생명의 양식이요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깨달음을 줍니다. 배고픈 사람이 빵을 찾듯이 목마른 사람이 그 생수를 찾습니다.


이스라엘 공동체는 광야 생활 40년 동안 만나를 먹었습니다.(탈출 16,35) 그들이 신 광야를 떠나 르피딤에 진을 쳤을 때 마실 물이 없어 사람과 가축이 목말라 죽을 지경이 되어 큰 소동이 일어납니다. 백성들이 주님의 현존을 시험하고 시비해 생긴 지명인 ‘마싸’와 ‘므리바’에서 모세가 지팡이로 친 호렙 바위에서 솟는 물을 마십니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 말씀(제2독서)에서 믿음으로 의롭게 된 우리가 누리는 그리스도의 은총을 밝힙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성령을 통해 우리의 마음에 부어 주신 평화입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 계시기에 사랑으로 인내하고 주님께 신뢰를 둡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은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의 표징으로 우리에게 구원의 희망을 확신시켜 줍니다. 그러므로 지금 코로나19 확산의 불안 속에서도 우리의 신앙심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삶은 시련 속에서 더욱 빛납니다.

사마리아의 고을 시카르(Sychar, Shechem)에 있는 ‘야곱의 우물’에서 주님과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는 공관복음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남녀 성별 구분이 철저하고 사마리아를 이방지역으로 취급하는 문화의 시각에서 보면 이 사건은 낯선 만남입니다. 주님께서 공동우물에 조석도 아닌 정오 무렵, 사마리아 여인에게 마실 물을 청하시니까요.

여행에 지치신 예수님은 이 여인에게 목마름을 느끼시고, “마실 물을 좀 다오”하시며 대화의 문을 여십니다. 여인은 예수님이 사마리아인과 말은 물론 상종도 하지 않는 유다인임을 알아봅니다. 사마리아는 한때 북이스라엘 수도였지만 아시리아에 정복(기원전 722년)되어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배되고 이민족이 이주(2열왕 17,24)해 살던 곳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인에게 하느님의 선물인 생수 곧, 성령을 주실 분임을 암시하십니다. 여인은 그 생수를 흐르는 물로 받아들입니다. 주님은 그 물이 우리의 심연에 솟는 샘이 되어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생수의 강’(요한 4,14; 7,38-39)임을 이르십니다. 성령님은 신자들 마음 안에 머물러 기도하고, 친교로 일치시키며, 진리 안에서 교회를 거룩하게 하십니다. 이는 그리스도인의 평신도 사도직의 근원이 되는 생명의 물입니다.(교회 헌장 4)

예수님께서는 여인에게 남편을 데려오라고 하십니다. 그녀는 과거와 현재의 남자관계가 불거지자 예수님을 예언자로 알고 화제를 예배로 돌립니다. 유다교의 상징인 예루살렘(시온산)성전에 대적하여 사마리아인들은 게르짐산에 성전을 세워 예배를 드렸습니다.

구약에서 약속된 메시아, 이민족인 동방박사들이 찾아와 경배 드린 예수님은 구원의 길이십니다. 하느님은 영이시기에 신약의 진실한 예배는 특정 장소에 매이지 않고 “영과 진리 안에서” 드려야 함을 계시하십니다. 메시아께서 오심을 아는 그녀에게 예수님께서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하시며 당신의 정체성을 밝히십니다.(요한 4,21-26)

예수님은 문화적 장벽을 넘어 7단계 대화로 사마리아 여인이 그리스도를 알고 증언하도록 이끄십니다. 그녀는 물을 청하는 예수님이 유다인, 생수를 주실 분, 목마르지 않을 생명의 샘, 예언자, 진실한 예배를 드릴 분, 마침내 구원의 메시아심을 분명히 깨닫게 되자 물동이를 버리고 “와서 보십시오”(요한 4,29) 하며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사마리아인들이 함께 머무르시기를 청하자, 주님께서는 이틀을 그곳에 머무르십니다. 더 많은 사람이 와서 주님의 말씀을 직접 듣고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세상의 구원자이심을 믿게 됩니다.

제자들에게 “하느님의 뜻을 이루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게 내 양식”(요한 4,34)이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은 당신의 전 생애가 온전히 성부께 봉헌된 제물이십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단 한 번 생명을 바치셨고, 그 덕분에 우리는 거룩하게 되었습니다.(히브 10,10)

주님께서 목말라 하시며 우물가에서 기다리십니다. 십자가상에서 ‘목마르다’ 하신 주님이십니다. 구원의 길이요 생명이신 주님께서 우리가 성령을 목말라하기를 바라십니다. 인간은 하느님을 목말라 할 때 그분께 의지하고 청원하게 됩니다. 우리의 목마름이 주님의 목마름과 만나 친교를 이룰 때 사랑은 강물처럼 흘러 풍작의 열매를 거둡니다.


재의 수요일에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 없이 시작된 올해의 사순시기는 특별합니다. 성전은 고요하고 깊은 침묵에 깃들어 있습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말씀이신 ‘그리스도의 몸’을 마음속에 모시고 ‘코로나19 극복을 청하는 기도’를 바칩니다.

한 성령으로 세례받은 우리는 그리스도와 한 몸입니다. 목마른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과 생수를 거저 주시는 주님의 은총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가난한 마음이 되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친교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오니 주님께서 이끌어주소서. 아멘.




김창선(요한 세례자) 가톨릭영성독서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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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3-1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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