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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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이 물건이 제게 꼭 필요한 걸까요?”

[사순 기획 /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절제와 비움] 4. 소유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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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명품’은 소유욕을 보여주는 상징일 수 있다. 명품이 인간의 가치를 대변할 때 소비자는 소비 취향과 수준에 따라 평가받는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



얼마 전 이사를 마친 한 아녜스(51)씨는 이사를 앞두고 몇 주에 걸쳐 필요없는 물건들을 버리느라 곤욕을 치렀다. 안 쓰는 주방용품부터 유행이 지난 옷가지, 한 번 읽고 책꽂이에 꽂혀 먼지만 쌓인 책, 홈쇼핑에서 샀던 물건을 모아보니 그 양이 작은 트럭 한 대 분량은 될 법했다. 그중에는 ‘왜 이런 쓰지도 않을 물건을 샀을까?’ 고민하게 하는 것도 있었다.

예쁜 성물을 모으는 게 생활의 작은 기쁨이었던 오 데레사(69)씨도 오래된 취미 생활을 접었다. 성물을 볼 때마다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리라 성물을 모았지만 잘하는 일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건을 소유하려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같은 기능을 가진 물건을 몇 개씩 사서 내버려두거나 일시적 충동으로 쓰지도 않을 물건을 사들이는 행위는 문제다. 교회의 사회적 문헌은 “더 잘 살기를 원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존재보다는 소유로 향할 때, 향락을 목적으로 더 많이 소유하려고 할 때, 이것을 나은 것이라고 여기는 생활 양식이 잘못된 것”(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회칙 「백주년」 36항 참조)이라고 가르친다. 물건의 본래 쓰임새를 위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사들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십계명 중 열 번째 계명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마라”도 세상 재물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금하는 명령이다. 그리스도인이 가진 재화는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소유욕을 채우기 위해 재화를 사용한다면 재화 본연의 목적 중 하나인 이웃을 돕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치는 사라진다. 내가 쓰고 남는 것으로 이웃을 돕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것을 절제하여 이웃을 도와야 한다.

지난해 한 공영방송에서 경상북도 상주에 있는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의 일상이 방영됐다. 수도자들의 삶에서 소유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도자들은 스스로 선택한 가난 속에서 고독과 침묵을 지키며 기도하고 노동했다. 세상과 동떨어져 오직 주님을 향해 걸어가는 수도자의 삶을 보며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고 한다. 풍족한 세상 사람들이 소유에 대한 갈증만큼 무소유에 대한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자는 ‘미니멀 라이프’ 바람이 부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물건을 안 살 수 없다. 하지만 사순 기간만큼은 소유욕을 잠시 내려놓고 주님 수난에 동참하자. 갖고 싶은 물건을 사기 위해 고민한다면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내 안에 계신 주님께 여쭤보자. “주님, 이 물건이 제게 꼭 필요한 걸까요?” 답을 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주님이 부르시는 날 우리가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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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3-18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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