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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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영성 이야기] (14) 사랑의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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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사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다섯 음절인 ‘사랑하여라’나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9)라는 한 문장 역시 복음의 골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여라’에서 ‘하여라’는 동사다. 사랑이라는 명사를 동사형으로 쓴 것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사랑을 어떤 개념으로 마음속에만 담아 두지 말고, 직접 움직여 실행하기를 바라셨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대상을 이웃으로 지정해 주시며 방법까지 일러 주셨으니 ‘너 자신처럼’이라는 한마디에 답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에 서툴다. 내 딴에는 사랑하느라고 했지만 상대는 오히려 반대로 느낄 수도 있고, 어느 노래 가사처럼 나의 ‘세심한 사랑’이 그에게는 ‘구속’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생각지도 않았던 사회 현상에 모두 놀란 가슴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이웃이 기피해야 할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독자적 생존력도 없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단계인 바이러스에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해하고 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거나,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이 혹시 확진자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서로 곁눈질하게 되고, 내가 움직일 동선이 안전한가를 따지게 되었다. 마치 한겨울에 꽁꽁 얼었던 호수가 쩡 하고 깨어지면서 사람들을 낱낱의 존재로 갈라놓은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랑하여라’라는 복음을 살 수가 있을까? 그것도, 나 자신만큼?

형제 안에 예수님께서 계시다는 이야기를 포콜라레 모임에서 처음 들었을 때는 매우 놀라웠다. 그 후,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창세기의 표현이나,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한 것’이 예수님께 한 것이라는 말씀을 귀담아들으며 그것이 교회의 노선임을 알게 되었고, 형제를 통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기본자세임을 새길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은 절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기에 의지적으로 해야 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하는 사랑은 실패율이 낮다는 것도 경험했으니, 이는 분명 사랑을 잘하게 하는 비결임을 알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스스로 격리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의 행위를 찾아보았다. 깨진 얼음을 딛고도 이웃에게 다가갈 방법은 없을까 하고. 작은 얼음 조각 위에서 불안해하고 있을 분들이 떠올랐는데 그 이웃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위로해 드릴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먼 곳으로 딸을 시집보내고 홀로 계신 친구 어머니, 남편 여의고 혼자되신 분, 연로하신 문단의 어르신들…. 안부 전화를 드렸더니 무척 기뻐들 하셨다. “실컷 이야기하고 나니 이제야 속이 좀 시원하네!”, “아이구 고마워!”, “예쁘다, 참 예쁘다!”…. 너무도 사소한 그 행위에 돌아오는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매일 전화 드릴 명단을 나름대로 정리하였다. 친구들에게는 이런 상황일수록 분노나 불안보다는 좀 더 순한 마음을 갖자고 문자를 띄웠다. 긍정적 회신들이 왔다. 또한, 나는 그러고 있노라고 지인들과도 나누었다. 지인들도 그렇게 안부 전화를 해 보았노라고 소식을 보내 왔다. 사랑의 바이러스가 조금씩 번져 가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방호복을 입고 땀 흘리며 봉사하는 이, 자신보다는 더 필요한 이를 위해 마스크를 양보하거나, 임대료를 내려 주고, 의료인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등 곳곳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의 소식이 줄을 잇고 있었다.

선조들의 지혜로운 말씀이 떠오른다. 이열치열, 열은 열로 다스린다는 말씀이다. 감기에 걸려도 무조건 열을 내리는 것보다 따끈한 차를 마시고 몸을 따뜻하게 하여 땀을 흘리고 나면 낫기도 한다니, 코로나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사랑의 바이러스가 아니겠는가!




장정애 (마리아고레띠·마리아 사업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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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3-3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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