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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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37) 기도의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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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신자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가 중단될 때부터 성지에는 마스크를 한 채 조용히 기도를 드리고 가시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형장 마당에 또 어떤 분은 성모님상 앞에 초를 봉헌하기도 했습니다.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했던 나는 성당 환기를 자주 시키거나 여러 가지 방역 관련 일들을 체크하면서, 성지에 오신 분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가실 수 있도록 배려를 했습니다.

그런데 오후마다 성지 주변을 돌아보면, 날마다 기도를 하는 자매님이 계셨습니다. 겉으로 보면 40대 중반 정도 되신 듯한데, 언제나 혼자 와서 묵주기도와 십자가의 길을 바친 후 초를 봉헌하고 가셨습니다. 정말이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슷한 시간에 성지에 기도하러 오시는 자매님을 보면서, 간절히 기도 것이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후 4시가 넘어 성당과 성지를 돌아보는데, 때마침 그분과 성지 마당에서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자매님은 거의 매일 성지에서 뵙네요.”

그러자 그분은 무척이나 쑥스러운 듯,

“저를 보셨어요. 저도 신부님을 자주 뵈었는데.”

“그러셨구나. 암튼 자매님께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 간절한 기도 지향이 있구나 싶어요. 저도 함께 기도해 드릴까요?”

“간절히…. 그런데 신부님도 저와 같이 매일 기도하지 않나요?”

‘이게 무슨 말이지! 매일 같이 자매님과 같은 기도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얼버무리듯 말했습니다.

“기도야 매일 하죠. 그런데 자매님 기도 지향은 어떤 건지 여쭤봐도 되나요?”

“기도 지향은 하나에요. 묵주기도를 하고, 십자가의 길을 바치면서도 하나의 지향으로 기도해요.”

자매님의 말씀을 들으며 나는 혼자 생각을 했습니다. ‘오로지 하나의 지향으로 기도를 한다! 대단한 분이시네. 자매님 기도 지향이 정말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암튼 기도 지향이 궁금했던 나는 또 다시 물었습니다.

“혹시 지향이 가정의 성화인가요? 음, 자녀 진로 문제? 아니면 남편의 건강.”

“아니에요. 다른 건 하느님께서 다 덤으로 주시는 걸요. 그저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기도할 뿐이에요.”

‘아…!’ 뒤통수를 한 대, 쿵~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고생하는 누군지 모르는 대한민국의 의료진들을 위해 날마다, 간절히 기도했던 자매님. 사실 개인적으로 기도할 것들이 많은 이 세상에서 그런 것은 하느님이 덤으로 다 채워 주시기에, 오로지 코로나19로 헌신하는 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자매님. 그저 놀랐습니다.

2020년 상반기는 코로나19와의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 세계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우 어느 정도 감염 확산세가 잡혀가는 마당이라 조심조심은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는 이제는 코로나19를 극복해 낼 수 있겠다는 희망찬 확신을 갖게 합니다. 그러면서 문득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수고하시는 수많은 분들을 떠올리면서 그 분들은 코로나19와 싸워 이긴 진정한 영웅이라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그분들만큼이나 가정이나 혹은 성당, 성지에서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하느님께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헌신적으로 기도를 봉헌했던 많은 신자들! 그분들도 진정 코로나19의 영웅이 아닐까요! 정말 그분들은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기도의 큰 힘을 믿었던 영웅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미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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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5-2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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